[창간특집Ⅱ] 창간 20주년기념 특별인터뷰 - 이혜정 소장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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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Ⅱ] 창간 20주년기념 특별인터뷰 - 이혜정 소장②
  • 승인 2009.07.2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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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희망주기 프로젝트 - 한의학에 날개를 달아주자II
“한의학계에도 전략적인 비전이 필요”

이혜정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소장은 연구성과뿐만 아니라 그의 전략적인 면모를 봐도 한의학계의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그가 한의계 최초로 교육과학기술부의 SRC로 선정된 것만 봐도 그렇다. 3번의 도전끝에 2005년 따낸 SRC 9년과제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민족의학신문 창간 20주년을 맞아 이혜정 소장을 만나 센터의 성과와 향후 비전, 그리고 한의학의 미래전망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719호에 이어>
■ 경락실체의 연구방법론중 하나인 봉한관

최근 한의협이 봉한관 연구를 하고 있는 소광섭 서울대 교수와 MOU를 맺는 등 봉한관 연구에 한의학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한의학이론에 대해 신념을 갖고 있는 이 소장이 소광섭 교수가 봉한학설에 입각해 ‘봉한관이 경락’이라는 주장을 한 데 대해 경락의 개념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던 적이 있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대립된 위치에 두 사람을 놓기도 한다. 이 소장은 세간의 이러한 편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가 생각하는 경락시스템은 “구조와 기능, 유형과 무형의 순환시스템을 통칭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한의학에서는 이 모든 것을 통칭하면서도 논리의 근간을 무형의 기순환시스템에 더 두었다. 경락은 한의학의 오랜 역사속에서 장부와 우리몸의 내외가 연결이 돼 서로간에 협력하고 반응하며 조절하고 치료되는 총체적인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덧붙여 “봉한관의 실체를 찾는 연구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다만 “한의학적 관점에서 봉한관은 경락시스템의 일부 구조적 실체인 만큼 장부 및 경락기능계까지 연계된 경락시스템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경락의 실체는 곧 봉한관’이라는 정의는 매우 성급한 것이다. 즉 봉한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방법론의 도입을 통해 비로소 온전한 경락시스템의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개념을 분명히 했다.

■ 한의학적 연구방법론이란?

그는 한의학적 이론규명이 연구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현대의과학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가 말하는 소통과 화합의 패러다임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이 교수가 생각하는 한의학적 방법론이란 다음을 바탕으로 한다.
“침의 원류는 기라는 것에서 출발해서 경락이론, 장부이론, 음양오행이론과 함께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한의학적 원류를 지키면서 현대의과학적인 연구방법론을 조화시켜 한의학적인 연구방법론을 탄생시키는 게 우리한테는 가장 중요하다.”

즉 그가 생각하는 한의학적 틀에 맞춘 연구란 “연구주제 및 그에 걸맞는 한의학적 방법론에 의한 연구모델을 개발하고, 또 한의학적인 기준에 입각해서 임상모델도 만들어져야 한다. 임상치료면에서도 고전적인 한의학적 치료방법과 더불어 약침같은 새로 개발된 치료방법까지 포함해 치료의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결과를 평가할 때도 “현대의과학적인 평가잣대도 있지만 한의학적인 관점에서의 평가잣대도 필요하다”는 이 소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총체적으로는 한의학 이론에 기반을 둔 상태에서 서양의과학적인 평가결과가 모아졌을 때 진정한 ‘한의학적인 SCI급 논문’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과제부터 시작해 평가까지 한의학적연구방법론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은 얼핏 들어도 어마어마한 작업과정이 필요할 듯하다. 그 역시 공감한다. “주제는 있되 모델 정하기가 어렵고, 모델을 정해 실험은 하되 평가잣대를 정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는 소명으로 센터에서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로 연구자로서의 책임감을 비쳤다.
사실 한의학계가 SCI급 논문을 내기 시작한 게 1990년대 말부터다. 10년 뒤인 지금, 그동안 한의학계가 SCI급 논문을 쓰기 위해서 서양의과학적인 잣대에만 신경썼다는 한의학계의 반성도 있었다.

이 소장은 “논문에 경락·장부·음양오행을 언급하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저널 게재조차 거절됐었다”고 회고하면서 그러나 “요즘 와서는 한의약 전초성분이나 침의 보사 수기법도 논문에 싣는 게 가능하다. 기이론, 경락이론, 보사법이론 이런 내용들이 객관화된 방법론을 통해 확인이 된다면 논문에 실을 수 있는 정도가 됐다. 그만큼 우리가 지금 거기에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는 말로 최근 한의학계의 연구논문수준의 변화된 양상을 언급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 대해 이 소장은 “서양인들이 들이댄 잣대는 너무나 정형적인 틀이라는 것을 그 사람들이 알게 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우리는 우리대로 꾸준히 한의학적인 방법론에 대해 인식시켜 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해외학계의 인식변화과정에는 센터의 역할도 주효했다. “한약에서 인삼은 사포닌을 추출해서 쓰는 게 아니고 침은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 그속에는 한의학적인 기미론과 경락에 근간을 둔 기라는 전체적인 한의학이론이 있다는 것, 또는 침치료기술의 보사수기법 등을 활용함으로써 더 높은 수준의 임상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왔다”며 특히 “더 중요한 것은 서양의학자들이 한의학 고유의 방법론을 가지고 치료할 때 임상적인 효과가 상당히 넓어질 수 있다는 게 인식된 것이다. 임상효과를 보면서 한의학도 나름대로 방법론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또 논문에는 객관화시킬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된 것이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임상논문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혹 객관적인 연구툴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해도 임상연구의 효과를 객관적·통계적 방식으로 계속 보여줄 수 있다면 한의학의 우수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초연구, 임상연구가 함께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느리긴 하지만, 한의학적 이론에 근거한 논문의 가능성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 한의학계 연구가 나아갈 방향

이 소장은 한의학계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정부에서 한의학 기초 임상연구에 기반을 둔 정책과제가 탄생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의생명분야 전체 예산에서 한의학이 갖는 비중이 너무나 작다. 소통과 화합으로 이뤄낸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래의학’에 접근할 수 있는 연구에 한의학계가 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는 한의협의 정치권에 대한 인식제고 노력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초기의 의생명 정책 기획단계에서부터 한의학이 개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서양의학·약학계의 많은 인력들은 이미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전략을 짜는 정부요직에 많이 진출해 있는데 한의학계는 그런 인력이 부족하다. 또 이미 나와 있는 정책·전략들을 분석하고 끊임없이 제안서를 써서 정부에 어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둘째,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기초·임상연구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의학계는 기초·임상 연구인력풀이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 소장은 연구인력 양성에 기존 한의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셋째 학생들에게 꿈을 실어줄 수 있는 한의학의 미래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센터에도 틈틈이 연구에 참여하는 학부생들이 있는데 이들은 졸업 후 연구인력으로 남겠다는 결심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동기유발이 필요하다”고 예를 들기도 했다.
지금 당장의 단열매보다는 10년 후 20년 후를 바라보는 그가 제시하는 한의학의 미래비전은 명쾌하다.

“단기·중기·장기적 환경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한의학이 미래 의학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과학기술계 의생명분야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한의학이 된다. 이에 맞춰 한의협의 정책·전략이나 학생교육 및 교수들의 연구 방향도 설정돼야 한다. 따라서 학문적 차원에서는 많은 기초 및 임상연구논문을 해외에 발표함으로써 한국한의학의 객관적·과학적·치료의학적 우수성을 알리고, 또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희망을 갖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신명나는 한의학이 될 것이다”는 말로 그의 생각을 정리했다. 이 말에는 한의학 연구의 선두주자인 그의 생각들이 모두 녹아 있는 듯하다.

그가 보는 한의학의 미래는 밝다. “한의학이 전세계 의학계를 선도하는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어야죠. 내가 보는 한의학의 미래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의 믿음은 굳건해 보인다. <끝>

민족의학신문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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