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25] 退溪活人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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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25] 退溪活人心
  • 승인 2009.07.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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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자의 심신수양, 기공체조법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책의 『退溪活人心』이란 서명이 올바른 것은 아니다. 원래는 明나라 朱權이 지은 『活人心法』이란 책이 원서로 ‘臞仙活人心’ 혹은 ‘新刊京本活人心法’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明 太祖 朱元璋의 왕자였던 그가 정치적 야심을 버리고 의약과 수양에 전념하고자 지은 여러 종류의 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책으로 손꼽을 수 있다.

이 코너에서 연재를 시작하던 초창기에 이미 ‘新刊京本活人心法’(7회, 조선판 活人心方)의 서명으로 간략하게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현재 明刊本은 찾아볼 수 없으며, 中宗 때 조선에서 간행한 安玹刻本이 가장 완벽한 善本이다. 이 책이 언제 어떤 경로로 조선에 전해졌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1433년에 간행된 『향약집성방』에서는 보이지 않다가 10년 후에 편찬된 『의방유취』에서는 인용서로 올라 있는 것으로 보아 대략 이 10년 사이에 전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이로부터 100년이 지난 중종31년(1541)에 조선판이 간행되었는데, 대략 이 무렵 이퇴계선생은 司馬試에 합격하고 처음 관직에 발을 내딛는 시기로 친구인 權撥의 소개로 松堂 朴英과 친교를 맺게 된다.
『경험방』과 『活人新方』을 지을 정도로 의약에 해박했던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分門瘟疫易解方』과 『諺解瘡疹方』을 펴냈던 慕齋 金安國으로부터도 깊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요지의 소개글이 『퇴계학보』에 실려 있다.

또한 퇴계선생의 문하에서 『醫學入門』을 도입하고 『鍼經要訣』을 지은 西厓 柳成龍과 『醫眼集方』, 『廣嗣要抄』 등의 의서를 지은 寒岡 鄭逑, 그리고 『衛生方』을 지은 朴雲과 같이 의약에 해박한 학자들이 배출된 것은 분명히 스승의 의학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후대 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오랜 관직생활과 학문연마로 늘 신병이 끊이지 않았던 퇴계선생은 본인의 건강수련법으로 이 책에 실린 도인기공법과 양생식치방을 선택하였으며, 몸소 책의 내용을 謄寫하고 그림까지 곁들여 자신만의 애장본으로 꾸몄다.

퇴계의 친필로 전해지는 이 책은 1973년 후손의 손에 의해 ‘退溪先生遺墨’이라는 제하에 퇴계학연구원에서 영인하여 출판하였다.
우리 연구원에서도 수년전부터 『의방유취』에 실린 원문을 토대로 五臟導引法을 복원하고 세부동작을 재현하여 동영상으로 제작, 일반에 서비스하고 있다.
한편 본문의 祛病六字訣에는 몸소 한글로 된 토를 달아 호흡법을 시행하는데 착오가 없도록 배려하였으며, 선생 사후 영호남 일대의 학자들로부터 애호받는 건강수양서로 활용되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현전하는 것은 상하 2권으로 된 내용 가운데 상권에 해당하는 부분만 남아 있으며, 하권의 처방편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攷事撮要』·八道冊板目錄에 의하면 경상도 경주, 안동, 진주와 전라도 나주, 무안 등지에 이 책의 판목이 전해졌던 것으로 보아 삼남 전역에서 널리 읽혀졌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책은 1610년 『동의보감』 편찬 시에도 주요 인용서로 활용되었으며, 누대로 선비들의 수양서로서 상찬을 받았다.

또한 보양음식에 수재된 각종 양주방과 죽, 면의 제조법은 사대부가 규방의 보양식 조리법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때 이른 무더위와 곧 닥쳐올 장마에 신종 전염병까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古人의 手迹을 더듬어 보니 ‘養生之法’의 첫 머리에 ‘脾好音樂, 夜食多則脾不磨’란 글귀가 보인다. 하절기에는 밤 시간이 짧아 너무 늦은 시간에 과식하면 소화장애가 오기 십상이다. 夜食을 줄이고 낮 동안의 열기를 식혀줄 시원한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식사하는 것이 좋을 법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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