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몸의 역사 몸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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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몸의 역사 몸의 문화
  • 승인 2009.06.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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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대한 동서의학 인식차 천착

내년 1월30일부터 시행될 의료법 개정안 중 병원급에서의 의료인 상호 고용에 대해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개원가의 경영 악화를 더욱 촉진시키고 의료일원화로 가는 길을 앞당길 뿐이라는 비관론이 있는가 하면, 우리의 진단기기를 보다 발전시킬 뿐 아니라 한방치료에 대한 선호도를 가일층 향상시키리라는 낙관론도 적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가 소비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현 시대에는, 이른바 ‘협진(協診)’이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찬반론자 공히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협진’이 문자그대로 잘 이루어질지는 심히 의심스럽지만…….

사실, ‘협진’은 의료기관 운영의 보조 수단 정도는 물론, 한층 발전(?!)된 형태의 ‘공동 진료’까지도 넘어서는 그 무엇이어야만 합니다.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용어, ‘통섭(統攝 ; consilience)’을 갖다 붙이려면 단순히 물리적으로 ‘통합(統合 ; integration)’된 수준쯤은 훌쩍 뛰어넘어야 하지 않겠어요? ‘협진’이란 이름 아래 ‘공동 진료’를 꽤 하다 중도 하차한 경험 탓인지 다가오는 내년이 그저 두려울 뿐인데, 불과 몇 개월 남지 않은 이 현실은 어찌 대처해야 할까요? 저는 파트너로 나서게 될 양의사에게 최소한 이 책 한 권쯤은 꼭 독파시키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 의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바람직한 ‘협진’이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을 테니까요.

강신익 교수님의 『몸의 역사 몸의 문화』는 한마디로 인체에 대한 동서의학의 인식 차이를 깊게 천착한 책입니다. 본디 의학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인체를 설명하는 지식체계이고, 의술은 질병이나 상해처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위 양식이라는 사실에 착안하면 그리 다른 점도 없을 듯 한데, 동(東)과 서(西)의 두 의학은 역사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명쾌하게 풀어놓으신 것입니다. 저야 불과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현실이 걱정되고 답답하여 양의사들에게 읽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의학은 의학 지식과 기술을 소유한 의학자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존재한다”는 강교수님의 일갈에 동의한다면, 기실 양의사 한의사 가리지 않고 모두 읽어야 할 필독서인 게지요.

책은 총 3부로 구성됩니다. 1부 ‘몸의 문화, 몸의 전통’에서는 앎과 삶의 공간인 몸에 대해 동서 양 의학은 어떤 세계관에 따라 인식하였는지를 살펴보고, 2부 ‘두 몸의 역사 가로지르기’에서는 서양의학에서의 질병·건강·치유의 역사 및 한국인에서의 몸의 역사를 따져보며, 3부 ‘몸의 철학, 몸의 사상’에서는 이른바 ‘의철학(醫哲學 ; philosophy of(혹은 for) medicine)’적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놓았습니다. 읽다보면 펠레그리노(Edmund D. Pellegrino)가 했다는 멋진 말 - “의학은 가장 인간적인 과학이고, 가장 경험적인 예술이며, 가장 과학적인 인문학이다.” - 도 접하게 되는데, 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정 우리의 한의학은 이성과 합리성에 치우쳐 ‘같음’만을 강조하는 근대정신을 극복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한 상태에서 새로운 의미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의학이 될 수 있을까요? <값 2만원>

안세영(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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