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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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22)
  • 승인 2009.06.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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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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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맞이하십시오

지난 호에서 진료실로 환자분을 모시기 전에 미리 내원의도, 내원경로, 소개자, 주소, 직업, 가족관계, 이름 등을 파악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것은 환자에 대한 정보로 머리를 채운 것이지요? 그러나 감동적인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원장님의 마음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환자분을 만나기 전, 그 분에 대한 상상을 하면서, 원장님 마음속에 ‘나는 지금 그렇게 기다리던 소중한 고객을 맞이한다’, ‘나를 믿고 찾아와주신 소중한 분을 감사한 마음으로 맞이한다’ 이런 생각들로 마음을 채우셔야 합니다. 지금 들어오는 환자분은 ‘존경하는 스승님이 특별히 부탁한 환자’라고 생각해보십시오.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이 마음이 정말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자, 이제 이렇게 준비된 상태에서 드디어 환자분을 맞이합니다. 첫 대면의 순간, 이때 30초가 무척 중요합니다. 환자분은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원장님에 대한 첫인상을 만듭니다. 환자와 15분 동안 상담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첫 3초, 첫 30초 동안에 느낌의 80%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3분 지나면 그 느낌은 끝납니다. 게임 끝나는 겁니다. 그러므로 환자가 원장님을 처음 보게 될 때 원장님이 어떤 첫 모습을 보여주는가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혹시 환자분을 맞이할 때 앉아서 맞이하십니까? 저는 일어나서 맞이합니다. 어떻게 소중한 손님이 오시는데 앉아서 인사를 할 수 있습니까.
저는 건강강연을 하러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의례히 기관장과 인사 나누는 시간을 갖지요. 대기업의 CEO들, 지방자치단체장, 그리고 장관까지 만났었습니다. 제가 강사이기는 했지만, 대개 그 분들은 저보다 나이도 많았고, 지위도 높으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분도 의자에 앉은 채로 저를 맞이한 분이 없었습니다. 항상 일어나서 반갑게 맞으며 악수를 청했지요. 이것이 기본적인 사회 예절입니다.

그런데 흰 가운 입은 것이 뭐 얼마나 대단한 벼슬이라고 앉아서 환자를 맞이합니까? 만약 그렇게 행동한다면 평균 이하의 예절의식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입니다. 일어나서 맞이하면 의사로서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십니까? 권위는 그렇게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이 빗나간 권위 의식을 벗어버려야 합니다.
자, 순서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려보세요. 일, 일어난다. 이, 눈빛 날려준다. 애정과 환영의 눈빛입니다. 삼, 살인미소 날려준다. 그리고는 자리로 안내해드리는 것입니다.

처음엔 눈으로 말하세요. 눈은 입보다 더 큰 메시지를 전합니다. 말하기 전에 이미 커뮤니케이션은 시작됩니다. 목소리에 자신 없으면 우선 말하기 전에, 방긋 웃으시기 바랍니다. 사람의 이미지가 형성될 때 시각적인 요소, 즉 표정과 인상이 55%를 차지한다고 말씀드렸었지요? 환자분이 들어오시는데, 앉아서 무심하게 모니터를 보다가 고개만 빼꼼히 들면서 “어떻게 오셨어요?” 이거 정말 아닙니다. 뻣뻣한 원장님의 모습을 보며 환자분의 마음속에, ‘어떻게 오긴, 뭘 어떻게 오냐… 차타고 왔지…’ 이 생각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w ww.lkmri.org)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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