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德山 朴贊國 교수의 학문세계 조명(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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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德山 朴贊國 교수의 학문세계 조명(下)
  • 승인 2009.05.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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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醫學의 活路를 찾아서

■ 임상분야 ■

지난 글에서 故 朴贊國 敎授의 학문세계 중 黃帝內經을 비롯한 原典 분야의 업적을 조망해 보았다. 이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임상에 뛰어들어 자신의 이론을 접목하였던 약 10년 동안의 故人의 노력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故人이 최근까지 임상에서 추구하였던 분야는 바로 溫病學이라 말할 수 있다. 溫病學에 대한 故人의 관심은 이미 학교에 계셨던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溫病學』, 1991년 『問答式傷寒金匱溫病』 등의 책으로 정리하여 출간되었다.
故人이 일찍이 溫病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韓醫學이 東醫寶鑑 이후 고식적으로 내려온 補法 위주의 치법을 벗어나 명실상부한 治療醫學으로서 다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淸代부터 발전된 溫病學의 혁신적인 내용을 받아들여 우리의 실정에 맞게 사용하여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淸代부터 현대 中醫學까지 이어진 中國의 溫病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학문적 토대를 바탕으로 한국의 임상 실정에 맞추어 새롭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져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故人은 傷寒論, 金匱要略 등의 임상 관련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현재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는 주요 方劑들과 四象醫學의 新處方들을 섭렵한 후 2000년 초반부터는 본격적으로 臨床溫病學의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故人은 스스로 오랫동안 진행해 온 黃帝內經과 傷寒論 연구를 통하여 陰陽五行論에 입각한 인간관을 확립하고, 여기서 분화된 精氣神血, 藏象, 經絡, 四診, 治法 등의 깊은 이해를 발판으로 삼아 溫病學을 재해석함으로써 이를 한국 臨床韓醫學 속에 뿌리내리게 하는데 전력을 다하였다.

특히 溫病學 診斷의 肯綮이 되는 衛氣營血辨證과 三焦辨證에 대하여 金元四大家의 臟腑論에서부터 四象醫學의 體質論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여 일반 한의사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하였으며,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느낌으로 터득한 望診, 脈診, 舌診 등을 활용하여 구체적인 病證 및 湯證에 대한 진단 방법을 제시하였다.

또한 氣分, 營分 등에 瘀血이 맺혀서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에 대처하는 방안을 궁구하였으며, 현대인들에 있어서 이와 같이 熱에 의해 나타나는 瘀血證을 없애는 것이 치료의 큰 줄기임을 역설하였다.
이와 같은 병리관은 직접적으로 用藥에 반영되어 초기에 導赤降氣湯, 枳實導滯湯, 鎭肝熄風湯, 犀角地黃湯 등의 처방으로 濕熱, 濕痰, 動風을 치료하는 방향으로 점차 발전되어 나갔는데, 後年에는 그간의 임상 경험을 後進에게 보급하실 목적으로 辨證 유형의 갈래와 그에 따른 主劑 및 加減法을 상세하게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瘀血性 병변의 고질적 상황으로서 末梢 瘀血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의 해소를 위해 犀角地黃湯에 麻杏甘石湯과 三甲散을 合方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은 瘀血의 치료에 있어 獨開生面의 경지를 개척한 일이라 하겠다.
이러한 臨床觀은 현대문명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인간의 삶 또는 환경의 부조리에 대한 평소 故人의 비판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농약과 비료의 사용으로 인하여 인간의 고유한 생명력을 저하시키는 먹거리의 문제, 고열량의 지나친 섭취로 인하여 야기되는 비대화의 경향, 지구 온난화 등으로 점점 더워지는 기후의 문제, 그리고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늘어나는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우리 몸속에 점점 熱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만들어진 瘀血과 痰飮 등이 氣의 원활한 흐름을 가로막아 종국에는 여러 성인병을 야기하여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현재 상황에 대하여 일찍이 크게 위기감을 느끼신 것이다.

이러한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모순과 더불어 최근 한의학계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어려움이 바로 우리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고 있지 못하다는 냉철한 비판 의식의 바탕 위에서, 故人은 기존 韓國 韓醫學의 正氣를 補하는 치료방법만으로는 늘어나는 난치병을 고치기 힘들며 溫病學의 사상과 정신에 기반하여 임상치료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역설하셨다.

이는 溫病學이 단순히 韓醫學 안에 속한 일개의 분야가 아니라,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辨證方法을 계승하여 객관적이고 쓰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진 가장 발전된 臨床醫學이라는 본인의 평가에 기반한 것이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 溫病學에 대한 臨床家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으며 대학에서도 溫病學 과목이 개설되어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인의 행적을 돌이켜 보았을 때, 단순히 생각으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전 속에서 직접 몸소 환자를 보고, 짚고, 물으며 다양하게 관찰한 뒤 처방을 결정하고 검증하는 철저한 실험정신은 모든 후학들이 반드시 걸어가야 할 귀감이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평생토록 한의학 연구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다가 중도서거하신 故 朴贊國 敎授님의 생애를 追慕하며 故人께서 安息에 드시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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