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德山 朴贊國 교수의 학문세계 조명(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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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德山 朴贊國 교수의 학문세계 조명(上)
  • 승인 2009.05.2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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陰陽五行이라는 보석의 발굴

■ 기초이론·연구분야 ■

이 글에서는 지난 5월 17일 타개하신 故 德山 朴贊國 교수의 학문 세계를 조망해보고 앞으로 한의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故人은 1985년 慶熙大學校 韓醫科大學에 들어온 이후 韓醫學의 학문적 발전을 위해서는 原理에 대한 탐구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 중 陰陽五行의 原理가 가장 핵심이며 이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東洋哲學, 특히 四書三經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임을 역설하였다.
四書에 대한 공부는 단순히 漢文을 익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理와 氣의 관계, 인간 心性의 본질과 宇宙 變化의 원리 등을 이해함으로써 韓醫學을 단지 치료기술이 아닌 인간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으며, 이미 조선시대부터 이러한 공부 방법은 醫學의 精粹에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 하에 시행되었다.

朴贊國 교수는 재학시절부터 고전독서회 활동을 통하여 철학에 대한 공부를 몸소 실천하였고 학교에 들어와 강의를 담당한 이후에도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人間과 宇宙에 대한 깊은 통찰 없이 단순히 처방을 생각하고 병만 치료하려드는 것은 醫術의 말단에 불과하며 인간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진정한 醫學의 경지에는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향후 서양의학에 대하여 병의 말단만을 추구하는 의술이라 비판하고, 韓醫學의 치료가 바로 인간의 근원적인 생명력을 키우는 근본 의학이며, 宇宙 自然의 흐름에 따라 氣를 소통하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첩경임을 본인의 평생 소신으로 삼게 되는 단초가 되었다.

故人은 이와 같이 人間과 宇宙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바탕으로 하여 黃帝內經에 담긴 陰陽五行의 원리를 탐구하고 그 가치를 재해석하게 된다. 단지 하나의 방법론으로서의 陰陽五行論을 넘어서, 우리 몸에 나타나는 복잡다단한 현상의 변화를 그대로 표현해주는 살아 숨 쉬는 原理로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는 자신의 哲學的 宇宙觀을 통하여 人間, 社會 그리고 自然을 자세히 관찰하였고, 또한 古人이 기록한 많은 文字들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의미를 원활히 해석함으로써 가능하였던 것이다. 즉, 古文에 속하는 黃帝內經이 가진 함축적인 의미들을 2천5백년이 지난 오늘에 다시 되살린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陰陽五行이라는 원리의 추구는 필연적으로 三陰三陽에 대한 연구로 귀결되었다. 三陰三陽學說은 時間과 空間, 表와 裏, 陰陽과 五行, 出入과 升降을 통해 나타나는 生長收藏의 변화 등등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속성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상징체계이다. 朴贊國 교수는 內經에 담겨진 三陰三陽學說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의 생명현상을 원리적으로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보았으며, 藏象論 및 經絡學說에 담긴 三陰三陽의 의미를 자연현상 등에 빗대어 설명함으로써 각각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던 韓醫學의 내용들을 일관되게 해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와 같이 三陰三陽에 대한 탐구가 심화되면서 이를 방법론으로 삼아 傷寒論의 六經體系를 재해석하였고, 精氣神 및 藏象論에 기반한 東醫寶鑑에 대하여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故人은 原理에 대한 탐구에 그치지 않고 경험을 통하여 검증하는 실천적인 이론가였다. 생명의 본질에 대한 본인의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이에 반하는 개인적 또는 사회적 요소들을 타파하는 데 앞장선 운동가였다. 이미 故人의 학문세계가 형성되기 시작한 초기부터 항생제, 해열제 등 현대의학이 편의성이 가져다 준 부작용들을 간파하고 韓醫學이 가지고 있는 자연중심의 치료를 강조하였고, 수술과 같은 방법으로 질병을 없애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함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모두 본인과 주변을 철저히 관찰하여 검증한 실증적 사고의 결과였다.
관념적 사유만으로 사물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학문 분야의 대상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검증 과정을 거쳐 취사하였고, 학문적 토론에 있어서도 선입관을 배제하고 한계를 규정하지 않았으니, 이러한 점들은 후학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학자로서의 기본 양식이라 할 것이다.

德山 朴贊國 교수의 타계는 현재 韓醫學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고 韓醫學이라는 하나의 학문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陰陽五行의 文字는 남아있으나 이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故人의 말은 곧, 오늘날과 같이 첨단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 가는 세태 속에서 왜 모두가 다시 原理에 대한 탐구로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제시해주고 있다.
原理에 대한 깊은 탐구는 결과적으로 각자의 마음속에 事物을 바라보는 主觀을 올바르게 세워줄 것이며, 이를 통하여 생명의 근원을 보살피고자 하는 인간 중심의 韓醫學을 펼쳐 나간다면 현실의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진정한 醫學의 모습을 되찾는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글에서는 故人이 2001년까지 17년 간 학교에 재직하시는 동안 추구해온 학문 세계에 대하여 간략하게 정리하였고, 다음 기고에서는 학교를 나오신 이후 약 10년간 또 다른 방향의 길을 걸었던 임상 분야의 학문세계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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