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쌍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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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쌍화점
  • 승인 2009.05.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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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을 삼각관계로 재해석하다

지난 1월 국내 영화계는 <과속 스캔들>과 <쌍화점>이라는 영화로 오랜만에 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중에서도 <쌍화점>은 동성애와 대리합궁이라는 우리 정서상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18세 이하 관람불가 영화로는 꽤 많은 약 380만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이게 한 저력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 안에는 꽃미남, 꽃미녀 스타들의 노출이 크게 작용한 부분도 있었지만 <쌍화점>의 성공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원의 억압을 받던 고려 말, 친위부대 건룡위의 수장 홍림(조인성)은 대내외적 위기에 놓인 왕(주진모)을 보필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러나 후사문제를 빌미로 원의 무리한 요구는 계속되고, 정체불명의 자객들이 왕의 목숨을 위협하자 왕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왕은 왕의 명령이라면 목숨처럼 따르는 홍림에게 고려의 왕위를 이을 원자를 얻기 위해 왕후(송지효)와의 대리합궁을 명하게 된다.

문란한 고려시대의 성생활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고려가요 ‘쌍화점’을 그대로 제목으로 인용했지만 영화 <쌍화점>의 내용은 오히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민왕의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고, 역사적 사실을 약간씩 변형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로 인해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역사를 왜곡했다는 평을 많이 듣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영화는 영화이고, 최근 유행하고 있는 팩션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감독은 영화 <쌍화점>을 통해 동성애든 이성애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에 대한 감정을 전하고자 했던 것 같지만 아쉽게도 영화 속에 표현된 것은 육체적인 사랑만 있을 뿐 서로를 그토록 원하는 그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너무 미약하다. 물론 원나라와의 굴욕적인 관계를 표현하면서 나름대로 정치적인 부분과 연결하고자 시도했지만 그것은 단지 왕과 왕비, 호위무사의 삼각관계를 설정하게 되는 배경에 불과할 정도로 빈약한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어 2시간 13분이라는 다소 긴 상영시간을 더 지루하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그토록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조인성과 주진모, 송지효의 몸 사리지 않는 노출씬이라는 볼거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출 수위가 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것이 좀 더 탄탄한 이야기와 함께 표현됐더라면 그들의 애틋한 감정이 관객에게도 이입될 수 있었을 텐데 라고 하는 아쉬움이 남으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담아내기에는 아직 미흡 부분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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