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 왕을 참하라!(上·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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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 왕을 참하라!(上·下)
  • 승인 2009.05.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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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이 피눈물로 쓴 500년 조선사

역사를 보는 입장은 시대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조선시대를 표현하는 양식은 기존의 방식과 사뭇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그 시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사학(史學)의 입장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조선시대를 조명하고 얼마나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치열한 삶을 살았으며, 앞으로 우리는 이러한 점을 교훈삼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저자의 입장도 기존과 다를 바는 없다. 다만, 그 시대를 사는 민중의 삶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주인공을 피지배자로 놓고 있다는 점이 저자의 관점이다.

하지만, 의식의 저변에 깔린 것은 민중의 삶이 묻어나오는 진솔한 역사현상들을 기록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아니라, 백성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다 보니 반사적으로 지배자에 대한 비판이 주된 서술이 되어 독자의 기대는 오히려 반감되고 있다. 그리하여 전체적으로 각 임금들의 실책들을 들춰내고 있다는 정도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일반 백성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제목부터 혁명의 닻을 올릴 것만 같은 강력한 인상을 줄 정도의 단어가 선택되었다면 내용이 그만큼 충실히 반영되었어야 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역사서로서 가치를 발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각 시대의 왕과 사대부 그리고 양반들을 비판하고는 있지만,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사실을 규명하고 있어 재미(在美)사학자로서는 글쓰기가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어쨌든 지배자의 전횡에 따른 피지배자의 고충을 대변하는 역발상이 이 책의 장점이다. 특히나 중인계급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이들이 조선 초가 아니라 임진왜란 이후에 생겨났다는 것이고, “양반이란 얼간이들이 자신들은 국가를 경영할 만한 경륜을 가진 특수계층인데 어찌 침이나 놓고 약이나 만들며 통역이나 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 하찮은 일을 하는 천한 것들과 자리를 같이 할 수 있느냐고 시퍼렇게 호령하는 바람에 생긴 것이다”라는 다소 한(恨)이 섞인 듯한 표현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세종 때의 의관(醫官)이었던 전순의(全循義)는 비록 천민출신이었지만, 조선 최대의 의방(醫方)모음인 『의방유취(醫方類聚)』의 편찬을 김문(金汶)·신석조(辛碩祖)·김수온(金守溫)등과 더불어 완성하였고, 시간과 날짜에 따라 침을 놓는 시기를 규정해서 중국에서 오히려 귀중히 여기고 중간(重刊)을 거듭한 『침구택일편집(鍼灸擇日編集)』을 김의손(金義孫)과 함께 엮어냈으며, 세계 최초의 온실을 만들어 신선한 채소와 화분을 가꿀 수 있게 했던 농정(農政)서적인 『산가요록(山家要錄)』을 저술하였고, 약보다도 음식으로 질병을 다스리고자 했던 『식료찬요(食療纂要)』도 그의 저술이니 가히 정3품에 오를 만도 하다.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 이후로 다소 침체되었던 우리 의학이 이제 이제마(李濟馬)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이후로 중흥을 맞이하였으니 다시 힘내어 의학발전에 전력을 기울일 때다. <각 권 값 1만1천9백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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