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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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승인 2009.05.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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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문학의 상관관계

한의사이면서 짬을 내어 부족한 글을 써오고 있지만 전업 작가로 전념할 수도 없고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달리기를 통해서 또 다른 삶의 통찰력을 제시한다.
연극영화과 출신이 야구경기를 관람하다가 한 타자가 정확히 볼을 때리는 순간을 보고 그는 소설을 써보자는 결심을 29세에 한다. 그 계시의 순간으로부터 1년이 되지 않아 그는 문단에 등단하여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1982년 가을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다.
이후로 26년 동안 세계각지에서 풀 마라톤과 100킬로 울트라 마라톤, 트라이애슬론을 쉼 없이 계속해오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다.

작가는 30년을 맞이한 문학관과 인생관, 내적인 성찰들을 진솔한 어휘와 놀라운 통찰력으로 달리기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현재는 40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고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하루키는 마라토너로서도 유명하다.
작가는 “왜 달리기를 선택하고 달리기를 통해 소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담담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30년간의 작품 활동에 고통스런 역정과 문학적 성취를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은 혹독한 마라톤 단련이다. 그는 고통을 극복하고 작가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을 달리기를 통해서 키웠다고 강조한다.

과연 42.195킬로미터를 달리며 얻는 것은 무엇일까? 달리기와 문학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달리는 소설가인 하루키에게 달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읽다보면 의문점들이 풀리면서 삶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하루키 작품의 8할은 달리기 덕분이라고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두뇌운동이자 육체노동이다. 달리기는 상상력을 올려주는 데 필수다. 또 실패를 단련하는 최고의 방법을 달리기로 판단하였다. 경쟁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일지 모르지만, 달리기를 하면 지는 일에도 길들여진다고 한다. 마라톤 풀코스 실패 원인을 달리기 양의 부족으로 보았다. 다시 말하면 대가를 치른 만큼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운동을 계속하는 까닭은 “소설을 착실하게 쓰고 신체능력을 가다듬어 향상시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또 달리기를 통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철학을 갖게 해준다. “근육은 붙기 어렵고 빠지기는 쉽다. 군살은 붙기 쉽고 빠지기는 어렵다”에 대한 해답으로 날마다 달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러너다.
작가는 더 이상 한 발짝도 달릴 필요가 없을 때 가장 기쁘다고 한다. “왜 달리는가”에 대해 저자는 달리기는 인생이자 글쓰기다. 또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을 연소시키는 일이며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한다. 한계를 끌어안고, 모순의 인생을 사는 보통사람이지만 달리기를 통한 성취감 덕분에 이만큼 살 수 있게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라고 고백한다.

작가는 “더 행복해지고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행복이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거기에 맞춰서 사는 것이리라. 작가는 그저 내가 좋아서 달리기를 시작했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온 셈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살고 싶으시나요? 달리기든 음악이든 간에 치열하게 몰두할 그 무엇인가를 찾아보세요? 라고 작가는 외치는 것 같다. <값 1만2000원>

김진돈
서울 송파구 운제당한의원장, 송파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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