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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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9)
  • 승인 2009.05.0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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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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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단장도 기술입니다

심리학자들의 실험입니다. 어떤 사람을 꼬질꼬질하게 분장하고, 허름하게 옷을 입힌 뒤 무단횡단을 하게 했답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그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그 사람을 쫓아서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을 말끔히 단장하고, 번지르르한 양복을 차려 입힌 뒤에, 역시 무단횡단을 하게 했더니, 사람들이 그 사람을 따라 덩달아 무단횡단을 하더랍니다. 이것을 ‘권위의 효과’라고 합니다. 옷이 권위를 상징하기에 경찰한테 제복 입히고, 심지어 주차안내원한테도 제복을 입히는 겁니다.

혹시 진료할 때 가운을 안 입고 진료하십니까? 불편하다고 넥타이를 안 매십니까? 저도 형식에 매이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한 때 넥타이도 안 매고, 그냥 편한 옷 입고, 가운 벗고 진료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말끔한 용모와 넥타이와 가운으로 품위를 포장하는 것이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신은 마음을, 사람은 겉모습을 먼저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먹는 것은 맘대로 먹어도, 옷은 남을 위해서 입으라(Eat what you like, but dress for the people)”라고 말하였습니다.

원장님 역시 환자가 양복 잘 차려 입고 왔을 때와 허름하게 입고 왔을 때, 자기도 모르게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환자들도 똑 같습니다. 그러므로 가운을 잘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넥타이 매기 싫다고 차이니즈넥(Chinese neck) 스타일로 된 가운 입으면 꼭 방사선기사 같습니다. 의사다운 가운을 입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항공사 데스크에서 남자 직원들이 입는 것 같은 아이보리색의 자켓형 가운을 입었습니다. 어깨에 살짝 뽕도 들어간 것이었고, 금빛 나는 명찰도 가슴에 달았습니다. 폼 났습니다. 어떤 분은 호텔 벨보이 같다고 하기도 했지만 환자들은 대개 멋지다는 칭찬을 했었습니다.

신뢰감을 주는 헤어스타일을 유지하십시오. 성형외과나 피부과 의사라면 염색도 하고, 긴 머리를 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주로 나이 많은 환자들을 보는 원장님이라면 다릅니다. 그렇다고 꼭 기름 바르고 2:8로 넘기라는 뜻은 아니지만 하여간 신뢰감이 느껴지는 헤어스타일을 연출하십시오. 여자 원장님들의 경우, 만약 머리가 길다면, 풀어헤치고 있는 것보다는 걷어 올리는 편이 더 신뢰감을 줍니다.

남자 원장님의 경우, 슬리퍼는 신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넥타이도 매지 않고, 힘없는 하얀 가운 길게 걸치고, 슬리퍼까지 신으면, 이발사와 비슷한 모양이 됩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진료실에서 숨 막히는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이 불편하기는 하므로 그 대안으로 슬리퍼 형 구두가 좋습니다. 여자 원장님의 경우, 치료실을 돌아다닐 때 딸깍거리는 소리가 많이 나는 신발은 자제하십시오. 누워있는 환자들은 모든 소리를 더 크게 듣습니다.

안경을 쓰신다면, 테를 잘 고르십시오. 아카데믹하고 점잖은 느낌을 주는 안경을 고르면 풍기는 인상이 달라집니다. 진료실 안에서는 원장님의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는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데 어떤 것이 더 좋을지 고민해보십시오.
진료실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책상이나 책꽂이가 지저분하면 환자는 자신도 모르게 원장님이 ‘정리되지 않는 분’이라는 인상을 갖게 됩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w ww.lkmri.org)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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