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체인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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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체인질링
  • 승인 2009.05.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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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찾기 위해 세상과 싸우는 모성분투기

5월은 가족과 관련된 날들이 많은 가정의 달이기에 요즘 같은 경제 불황으로 주머니가 매우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주머니를 열고 가족을 위해 작지만 멋진 선물을 사고 싶어진다. 우리에게 가족이라는 존재는 아무리 힘들어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무한한 힘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의 행복이 어처구니없는 사건과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깨지게 된다면 어떨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힘도 없는 일반인이 공권력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내려치겠다는 것과 같은 무모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상황을 맞닥뜨렸던 1920년대 후반 미국의 한 엄마는 엄청난 시련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아이를 찾기 위해 공권력에 대항했고, 이 실화는 <체인질링>이라는 영화를 통해 80년 뒤의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1928년 LA, 회사에서 돌아온 싱글맘 크리스틴(안젤리나 졸리)은 9살 난 아들 월터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아들의 행방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을 찾기 위해 매일매일 수소문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던 크리스틴은 다섯 달 뒤 아들을 찾았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는다. 하지만 경찰이 찾은 아이는 그녀의 아들이 아니다. 사건을 해결해서 시민의 신뢰를 얻으려는 경찰은 자신의 진짜 아들 월터를 찾아달라는 크리스틴의 간절한 바람을 무시한 채 사건을 서둘러 종결하려 하고, 아들을 찾으려는 크리스틴은 홀로 부패한 경찰과 세상에 맞서기 시작한다.

과연 이런 일이 실제 있었을까 다시 한 번 반문을 하면서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체인질링>은 시종일관 관객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아들이 누구한테 잡혀갔고, 그 범인은 왜 아이를 데려 갔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물론 아주 우연하게 아들을 잡아간 범인이 검거되기는 하지만 이것은 이야기 전개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축은 아들을 찾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엄마와 경찰과의 끈질긴 대립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당시 경찰들이 권력을 남용하면서 저지른 비리와 여성들에게 휘두른 횡포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그 안에서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가 모이면 얼마나 강한 힘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상영시간이 2시간 20분인데도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은 강력하다. 또한 실제 6명의 엄마이기도 한 안젤리나 졸리의 엄마 연기는 섹시스타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리기에 충분하다. 관록의 노장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공권력이 남용되는 현 사회를 비판하듯 뚝심 있는 연출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는 <체인질링>은 가정의 달에 한 번쯤 봐야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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