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아방강역고
상태바
[도서비평] 아방강역고
  • 승인 2009.04.24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우리 민족사의 地理와 境界에 관한 고찰

경북 상주(尙州)사람인 장지연(張志淵)은 1905년 을사보호조약(乙巳保護條約)이 체결되자 11월 20일자 ≪황성신문(皇城新聞)≫에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라는 사설을 써서 일본의 흉계를 통박하고 그 사실을 전 국민에게 알렸다. 이렇게 그는 황성신문사(皇城新聞社)의 주필(主筆)로서 잘 알려졌지만, 실제론 정부에서 임명한 통정대부(通政大夫)도 거절하고 역대 문헌의 수집과 저술에 힘썼다. 한편으론, 정리되지 않고 억측이 난무하는 우리 역사를 개탄하여 지리(地理)와 강역(疆域)의 학문에 오래도록 몰입했었는데, 그러던 그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쓴 ≪아방강역고(我邦疆域考)≫를 접하고는 오래도록 고민했던 숙제를 풀게 되었다.

즉, 이 책의 서문에 기록되어 있는 장지연의 평가는 “그 상고하고 증거를 세운 것이 정밀하고 넓으며, 수집ㆍ채취한 것이 자세히 갖추어져서 내외(內外)의 역사를 서로 참고하고 제가(諸家)의 말을 절충하여 수천 년 사이의 의심스럽고 현혹되고 섞여 불분명한 것이 선생에 이르러 실로 크게 바로 잡아졌으니, 참으로 지지(地誌)의 집성(集成)이오, 빠졌던 역사의 보유(補遺)다”라고 극찬할 정도였으니 이 책이 얼마나 정밀한 역사적 고증인지 알만하다.

정약용의 저서와 업적은 다대하지만 한의학적인 측면에서의 역할 또한 적지 않았으니, 몽수(蒙叟) 이헌길(李獻吉)의 ≪마진기방(痲疹奇方)≫에 감동받아 임서봉(任瑞鳳)의 ≪임신방(壬申方)≫, 허준(許浚)의 ≪벽역신방(辟疫神方)≫, 조정준(趙廷俊)의 ≪급유방(及幼方)≫, 이경화(李景華)의 ≪광제비급(廣濟秘笈)≫ 등을 참고하여 ≪마과회통(麻科會通)≫을 지었는데, 이는 당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혀 손대기 어려웠던 홍역과 같은 전염병 퇴치에 뛰어난 저작물이었다. 그러한 정다산의 업적으로서도 우리 의학사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이 ≪아방강역고≫ 또한 본초학적인 측면에서 검토가 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강역에 관한 시대마다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우리 산천에서 나는 수많은 약재들이 어떻게 수급되고 이용되었는지 역사적으로 아직 검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중국의 본초서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부터 ≪본초강목(本草綱目)≫ 등에까지 보이고 있는 “조선(朝鮮)”, “신라(新羅)”, “고려(高麗)” 등과 같은 약초의 산지(産地)에 관한 표현 등에서도 그렇지만, ≪백제신집방(百濟新集方)≫이나 ≪신라법사방(新羅法師方)≫ 등에 언급되는 약재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등의 우리 서적에서 표현되고 있는 “향약(鄕藥)”이 분명 우리 약재라고 한다면, 그것이 나는 곳은 틀림없는 우리나라의 천택(川澤)에서 생산되는 약재일 것이다.

적어도, 분명 본초서에 우리나라의 산택(山澤)에서 나는 약재라고 되어 있어 우리의 수출품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중국에서 수입해서 쓰이는 약재인 것으로 둔갑되는 우(愚)를 범하는 역사인식을 일제(日帝)에 의해 왜곡되어 가지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우리 손으로 이를 바로 잡아 새로운 우리 의학사에 관한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값 1만5천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