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교육목표 구체적인 설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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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 교육목표 구체적인 설정 필요하다
  • 승인 2009.04.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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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성 있는 교육과정 필요, 시대의 패러다임 수용해야

◆한의학미래포럼 제18차 토론회

지난 10년간 교육목표가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못한 가운데 과목간 교재가 일관성이 결여돼 있고 교육과정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없었으며 교육여건도 크게 나아지지 못한데다 국가고시가 단순암기형에 불과하는 등 문제점들이 드러났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보건을 책임지는 한의사의 미래비전이 불투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미래포럼이 민족의학신문 창간 20주년 기념으로 한의계 10년을 평가하기 위해 기획한 첫번째 시리즈(제18차 토론회)로 ‘한의계 지난 10년 자화상, 그리고 미래비전 : 교육’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신상우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위와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할 줄 아는 의료인,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의료인을 양성하며 연구인력 외에도 다양한 진로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육내용과 체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 세계의학교육의 추세”라면서 국내 한의대교육을 위한 발전방안으로 ▲교육내용의 표준화, 연계성 강화 ▲대학별 교육과정의 다양화, 특성화 ▲다양한 교수-학습-평가법 개발·도입을 제안했다.

■ 문제점 인식에는 공감, 방법론에는 차이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에는 토론자들도 공감했지만 다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방법론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704호 기획란 집중토론 참조>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그간 한의대 교육은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갈 방향을 계획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외부의 실험적인 교육과정에 대해서 검토해보고 고민을 통해 경쟁적인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특히 교육자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충열 경원대 한의대 교수도 교육목표가 부실했다는 데 공감했다. 그는 “교육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후라야 교육내용이나 방법에 대해 세부적으로 설정해나갈 수 있었을텐데 사실 지난 60여년간의 교육 내용과 방법들이 주먹구구식이었고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 데이터조차 없다. 이제부터라도 교육목표나 술기, 내용 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화해 지속적으로 축적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과정이 서양의학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한의대 교육에 과연 맞는지 검증된 바가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유상 경희대 한의대 교수도 “교육자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평가를 체계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한의학교육전공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각 대학 교육내용 표준화 안 돼 있어

한의대 교육목표는 1996년도 대한한의학회에서 주도해 이미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문제는 교육목표가 아닌 교육표준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규용 동의대 한의대 교수는 “11개 한의대에서 교육내용이 표준화가 안 돼있다”며 “한의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내재적인 문제, 시대에 따라 의학이 유입되면서 생긴 이데올로기의 문제, 강의방법이나 교육방법에 대한 방법론적인 문제, 교육자의 질적인 차이 등 4가지의 문제가 모든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표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자 워크숍이나 난상토론을 통해 공통적인 교육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학회마다 토론을 거쳐 교육표준을 만들고 각 대학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한의학회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토론의 장을 만들고 중간 조율을 하면 교육표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회가 요구하는 한의사상을 한의대교육목표에 담아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박왕용 한미래포럼 대표의 지적에 대해 백유상 교수는 “사회가 요구하는 한의사상을 하나로 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하나의 상을 만들어놓고 그에 맞춰 대학교육이 획일화되기보다는 각 대학의 여건에 맞게, 또 학생들의 능력을 고려해 특성화 다양화 교육으로 가는 방향이 최근 의학교육의 추세”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모범적인 한의사상의 정의를 내려 50~60% 이상은 반영을 해줘야 한다. 나머지 부분에서 특성화 내용을 담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남일 교수는 “사회에서 제시되는 한의학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을 담아낼 수 있도록 유연하고 탄력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변증논치냐, 동의보감이냐 하는 틀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창조성을 길러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교육목표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교육목표는 이미 각 대학마다 비슷한 개념으로 갖고 있다. 문제는 교육목표의 구체화”라고 지적한 신상우 교수는 “즉 방법론이 필요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가르쳐주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대 한의전에서 PBL CPX OSCE 등을 강조했던 것은 하나의 방법론일뿐 교육기법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틀이 옳다 아니다를 떠나 PBL같은 여러 방법론의 틀을 만들어내 이것들을 유형화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유형화 후에는 이를 다시 교육에 투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산대 한의전의 새로운 시도뿐만 아니라 최근 경희대 한의대가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면서 변화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한의대 교육에 새바람이 일어날 것이란 희망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김남일 교수는 “경희대가 10년간 선택과목제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려고 노력해왔다. 현재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효용성을 위한 커리큘럼 개발 등 각계의 요구안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백은경 부대표는 “우리에게 필요한건 표준화와 각 대학마다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융통성 있는 교육과정이며 또 이 시대가 요구하는 패러다임을 수용하는 한의대교육이 되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이 한의사들의 상향평준화가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로 이날의 토론을 정리했다.
한편 한미래포럼은 이달 24일 연구분야를 주제로 한의계 10년을 평가하는 두번째 토론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주제발표는 이종수 경희대 한의대 교수가 맡을 예정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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