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림자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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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림자 살인
  • 승인 2009.04.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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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 탐정의 활약상

최근 우리나라의 스포츠 스타들이 세계적인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경제난 속에서 힘들게 지내는 국민들에게 열심히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신감을 그 어느 때보다 더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한국영화계도 그동안의 침체기를 벗어나 다양한 작품들로 관객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그 중 4월초 개봉으로 제일 먼저 스타트를 끊는 작품인 <그림자 살인>은 한국영화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던 탐정이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독특한 이야기를 시도하고 있다.

어느 날 고위직 관리의 아들인 민수현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찾기 위해 고액의 현상금을 내걸게 된다. 출세에 급급한 종로경찰서 순사부장인 영달(오달수)은 민수현을 찾는데 혈안이 된다. 한편 그 시각, 의학도 광수(류덕환)는 해부실습을 위해 우연히 주워온 시체가 알고 보니 민수현이었던 것을 알게 되고, 살인 누명을 쓸 위기에 처하자 사설탐정인 진호(황정민)를 찾아가 사건을 의뢰하게 된다. 진호는 거액의 현상금에 혹해 사건을 맡기로 하고, 신분을 감춘 채 여류발명가로 활동하고 있는 순덕(엄지원)을 찾아가 수사에 필요한 만시경과 은청기(‘은밀히 듣는 기계’)를 받아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2008년부터 이어온 한국영화의 특성 중에 하나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을 1900년대 초반에 두면서 반(反)일본의 감정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림자 살인> 역시 같은 맥락 속에서 스릴러 장르 형식을 취하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또한 우리가 기본적으로 그 시대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런 영화들 속에서는 시대적인 아픔대신 매우 낭만적인 시대로 표현되면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복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 종반부로 가면서 반일 감정을 간접적으로 부각시키다보니 영화의 신선함이 점차 떨어지고 만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그림자 살인>은 코믹적인 탐정 캐릭터를 무난하게 소화한 황정민의 연기와 떠오르는 신예 류덕환의 콤비 플레이가 영화 곳곳에 맛깔스럽게 포진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영화 전체적으로는 뭔가 빠진 듯한 부분이 많아 영화 홍보 전반에 내세운 탐정 추리극이라는 이름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장르적인 묘미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나름대로 반전이 있지만 관객들에게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여자 주인공으로서 엄지원의 역할이 애매모호해서 마치 사족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예고편만으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것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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