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11] 濟救單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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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11] 濟救單方①
  • 승인 2009.04.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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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가의 글에 실은 良藥方

새로 소개하는 『濟救單方』은 현재 원문이 남아 있지 않고 다만 沆해 洪吉周(1786~1841)의 문집인 『峴首甲藁』에 서문만이 남아 전한다. 그 전모를 알 순 없지만 서문과 저자 얘기를 통해 저술배경을 알아보기로 하자.

서문의 작자인 홍길주의 집안은 祖父가 영의정을 지내고 아버지도 우부승지를 지냈으며, 형은 좌의정을 지낸 淵泉 洪奭周(1774~ 1842)이고 동생은 숙선옹주와 결혼하여 영명위에 봉해진 洪顯周(1793~1865)이다. 홍석주는 당대의 대표적인 문장가였으며, 동생은 정조의 부마로서 문화계의 주목받는 인사였다. 특히 그의 집안은 왕실의 인척이자 부마가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왕실도서를 열람할 수 있었는데, 정조가 특별히 사신을 보내 청으로부터 구해온 『圖書集成』을 대여 받아 열람할 정도로 京華世家였으며, 또 많은 장서를 구비하고 있었다.

홍길주는 이러한 성장배경 아래 특별한 사승관계 없이 伯兄을 스승삼아 문장을 이루었는데, 홍석주가 편찬한 『洪氏讀書錄』은 아우인 홍길주의 독서지도를 위하여 지침서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閥閱家門에 태어난 것에 비해 그의 관운은 그리 길지 않아 20대에 과거를 포기하고 음직으로 시작하여 40대에 외직을 전전하였을 뿐이다. 그의 묘지명에는 “그가 남긴 것은 오직 문장 수십 권뿐이다.”라고 쓸 만큼 문장가 이외에는 특징이 없는 생을 살았지만 그의 문집인 『현수갑고』에 의방서의 서문이 실리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그는 解配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茶山을 두 번이나 찾아가 뵈었으며, 다산의 아들인 丁學淵과 學游와는 만년까지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잘 알다시피 다산은 조선의 대표적인 의학자로 손꼽을 만한 인물이고 그의 아들 학연도 의원노릇을 했으며 학유는 『詩名多識』을 남길 정도로 본초와 박물학에 조예가 깊었던 인물이다. 그는 아마도 이러한 교유관계 속에서 의약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심을 갖게 된 듯하다.

당대의 명문장이 남긴 의약서의 서문을 읽어보기로 하자. “약이란 것은 사람의 질병을 다스리고 죽을 사람을 구하는 까닭에 병이 낫고 죽을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비록 本草에 약 이름이 실려 있지 않고 그 공효가 傷寒이나 金궤에서 보이지 않더라도 扁鵲과 仲景이 서로 돌아보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 놀랄 것이니 내 어찌 좋은 약이라 하지 않겠는가? …….” 첫머리부터 약의 실증적인 효과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어 기존의 의료 풍토에 대하여 그 맹점을 지적하였는데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다. “세상의 의원들은 각자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면서 사람의 목숨을 걱정하지 않는다. 世俗에 전해지는 藥方이 비록 메아리가 울리듯이 효험이 있다고해도 옛 법도가 아니라 하여 배척하고 아픈 이도 또한 종종 흔한 것은 하찮게 여기고 귀한 것만을 바라니 이런 까닭으로 적합한 약은 나날이 드물어지고 병이 낫는 것도 날로 어려워진다”라고 탄식하였다.

이 글은 1815년 그의 나이 30세 이전에 지은 글을 모아 10권으로 묶어 펴낸 문집에 실려 있으므로 아무리 늦춰 잡아도 1815년 이전에 지어진 것이 분명하다. 문집에는 『濟救單方』 이외에도 幾何新說이라는 산술에 대한 이론이 실려 있는데 ‘雙推臆算’과 ‘開放蒙求’ 2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자는 유명한 수학책 『數理精蘊』에서 13개의 例題를 뽑아 자신이 고안한 알고리듬으로 풀이한 것이며, 후자는 제곱근, 세제곱근, 네제곱근을 구하는 방법을 서술한 것이라고 한다. 이로부터 10년 후인 40세에는 평생의 뜻을 응축하여 『孰遂念』을 저술하였는데, 이 가운데도 訟醫란 글이 보여 그의 의약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다음 호엔 『濟救單方』의 저자와 저술배경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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