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무엇이 문제인가?(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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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무엇이 문제인가?(下)
  • 승인 2009.03.2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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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발전보장 정책과 공공성 강화 필요

■ 영리병원이 한의계에 미치는 영향

지난 호에서는 영리병원이 왜 추진되고 있으며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정부와 병원자본 등이 주장하는 의료서비스 흑자론, 고용창출론, 의료서비스 질 상승론 등이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별 효용도 없는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이유와 그 배경세력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의료자본이며, 그 과정에서 상당수 중소병원과 개원가의 몰락이 예견됨을 서술했다.

이번에는 영리병원 추진이 한의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보다 심도깊게 짚어보자.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세력은 대형 병원자본과 그 뒤를 쫓아가고 있는 중소병원들, 삼성생명을 필두로 한 보험자본, 그리고 그들과 한 몸인 정부 경제관료들이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의료체계는 현재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여러 부분에서 통제하고 있는 의료서비스의 각종 규제를 없애고 말 그대로 기업의 자유 시장 경쟁체제로 의료체계를 재편하는 데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현재도 지나칠 정도의 영리추구와 병의원간의 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의계가 극도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원인은 많은 한의사의 배출, 근처 1차 의원과의 경쟁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1차 외래환자를 놓고 엄청난 자본투자를 한 대형병원과 똑같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대형병원에 외래환자가 몰리는 것이 더 큰 원인이다.

실제로 2003년 이후 보험급여 점유율을 보면 한의원, 의원, 치과의원 모두 감소하고 있으나 병원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빅5로 지칭되는 대형병원의 외래환자 흡수는 지방의 경우 지역 의료기관이 해체될 정도의 파급력을 갖고 추진되고 있다. 이 속에서 추진되는 영리병원은 국내 의료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 영리병원 추진과 의료관광

영리병원 추진의 주요 논리중 하나는 의료관광 활성화를 통해 의료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의료관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격 ▲의료서비스의 질 ▲접근성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 수준의 물가와 고가의 의료설비 투자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없다. 또한 우리나라 의료관광의 주요 타깃인 중국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언어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실제로 중국 화교들의 주된 의료관광지는 언어가 통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싱가폴, 대만이 중심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제주도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할 당시 의료법 개정 내용 중에 외국 의료인 면허소지자 국내 의료활동 허용, 외국인 영리병원 전문의 수련기관 지정 허용, 외국의료기관 의약품 수입허가 기준 개선 등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개정안은 영리병원을 세우면 중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의 의료인력,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을 유치해서 병원 비용의 40%에 달하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같은 언어권의 의료인력을 고용하여 외국인 환자유치를 수월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영리병원이 추진될 경우 중국계 환자 유치를 위해 대부분 중국 중의사, 조선족 등을 고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나아가 중국유학생의 국내 진료 허용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실제로 중국 중의사, 중서결합의가 국내진료를 하게 될 경우 중국 유학생의 국내 진료를 막을 방법은 없게 된다.

현재 영리병원 추진현황을 보면, 경제팀과 의료자본의 전방위 드라이브 속에서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규제완화 정책과 의료채권법 등 자본 조달을 위한 기본 법령의 정비 정도를 최소한의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은 제주도가 경제자유구역이라는 것을 내세워 의료법의 전면개정 없이 특별법과 규제완화만으로도 외국 의료인 진료, 외국 의료인 국내병원 수련 등 의료질서를 통째로 바꿔 놓을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전국 대부분의 경제자유구역으로 확산되고 의료법 전면 개정을 통한 전국적 범위의 영리병원 허용의 토대가 될 것이다.

특히,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의 핵심은 내국인 진료에 있다. 제주도에서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영리병원은 얼마든지 설립할 수 있으나 투자유치가 안됨으로 인해서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말만 의료관광이지 실제로는 일부의 외국인 환자와 다수의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병원을 짓겠다는 것이다. 엄청난 자본이 투자되고 중국 중서의결합의가 진료하며, 몇몇 경쟁력있는 한방과까지 갖춘 대형 영리병원이 제주도를 필두로 앞다퉈 설립된다는 것이다.

■ 한의계에 미칠 파장 논의 필요

과연 이런 상황이 한의계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가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리병원 허용을 단순히 자본 투자 병원 몇 개 생기는 정도로 볼 수 없다.
영리병원은 말 그대로 영리추구를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영리추구행위를 하고 있으나 의료법과 건강보험 등을 통해 기본적인 의료질서에 대한 규제는 이루어지고 있다.

한의학도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하면 중국과의 의료시장개방, 중국유학생 허용 등은 자유경쟁의 논리에 어긋나는 규제정책이 되는 것이다.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투자자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이 되면 의료분야의 기본적 규제는 모두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종부세를 위헌이라고 판결한 헌재에서 당연지정제 폐지, 외국 의료인 고용, 더 나아가 의료시장 개방 등이 투자자의 기본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중국의 경우 대부분의 의료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의료시장도 개방하고 있으나 중의학 분야에 대해서는 국가 정책적으로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한의학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무한경쟁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보험급여 확대, 공공의료체계로의 진입 등 의료공공성을 강화하고 그 속에서 한의학의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영리병원 허용은 건강보험 훼손 등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 뿐 아니라 한의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영리병원 추진에 한의계가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

이은경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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