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무엇이 문제인가?(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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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무엇이 문제인가?(上)
  • 승인 2009.03.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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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한의계에는 독약이다

또다시 영리병원 허용방안이 의료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현 정부 경제부처에서는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투자를 유치할 수 있어 병원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 적자를 줄이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수 있으며, 병원간 경쟁이 활발해져 의료서비스의 질이 올라가고 의료비도 절감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많은 의료인들과 대다수의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지 않다. 작년 촛불정국 때 제주도에서 논란이 되었던 영리병원 허용 논쟁이 국민들의 반대에 밀려 시행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또한 실증적으로도 영리병원이 허용될 경우 의료수지 적자 해소, 고용 확대, 의료서비스의 질 상승 등 정책적 목표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 우리나라 의료수지 적자의 대부분은 원정출산과 중국, 태국 등으로의 장기이식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런 경우 영리병원이 설립되더라도 계속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줄일 수 없다. 또 영리병원이 설립될 경우 가격경쟁력과 서비스의 질적 우위를 갖기 위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고용조건을 불안정하게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의료서비스가 개선되고 국민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영리병원이 허용된 외국 사례를 분석한 논문들에서도 영리병원이 비영리 병원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지 않음을 보고하고 있다.

이렇듯 반대도 심하고 주장하는 기대효과의 달성도 기대하기 힘든 영리병원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기관은 영리적 운영을 하고 있다. 이미 영리적으로 운영하는 의료제도 내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한다.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의 가장 큰 차이는 투자를 유치하고 이익금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영리병원 추진의 가장 큰 이유는 대형병원들이 자본을 투자받아 더욱 덩치를 키워 더 많은 환자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형병원에 밀리고 있는 중소종합병원들이 채권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재벌병원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다.

■ 대형재벌병원, 환자 싹쓸이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대형재벌병원 위주로 짜여져 있다. 소위 우리나라 BIG5라고 하는 아산병원, 삼성병원, 서울대병원, 가톨릭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앞다퉈 1000병상이상의 병원을 개설하고 고급화전략을 내세워 서울·경기 지역 환자는 물론 지방환자까지 싹쓸이 해왔고 현재는 2000병상 이상의 병원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이런 대형재벌병원들이 병원간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병원에게 환자를 뺏긴 중소병원들이 앞다퉈 투자를 유치, 규모를 키우는 무한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그 뒤를 네트워크 병원이나 고급화전략을 내세운 의원들이 뒤쫓고 있는 양상이다.

즉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병원들이 고급화, 대형화를 선도해나가면서 자본조달 능력이 있는 병원들은 뒤쫓아 가고 그렇지 못한 병의원은 퇴출되거나 재편되면서 의료체계가 요동치고 있다.
3차 의료기관은 입원환자만 보게 되어 있는 외국의 사례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종합병원들은 외래환자를 아무 규제 없이 받을 수 있다. 엄청난 투자로 첨단의료기기와 고급서비스로 무장한 종합병원과 영세한 1차 의료기관의 경쟁은 첫 출발부터 잘못된 것으로 1차 의료기관의 지속적인 경영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그 결과 살아남기 위해서는 너도나도 투자를 받아 값비싼 의료기기를 들여놓고 병상을 키우며, 저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출혈전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한 나라의 의료제도가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 2차 의료, 3차 의료가 각각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질환은 1차 의료에서 다룰 수 있기에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1차 의료기관이어야 하고 3차 의료기관의 경우 지역별로 필요한 수요만큼 공급되어 3차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해야 한다. 기본적인 의료제도가 설립된 나라 중에서 1차 질환 대상 환자를 두고 1차 의원과 3차 대형병원이 경쟁을 하는, 1차 의료기관이 대형병원과 경쟁하기 위해서 값비싼 기계를 도입하고, 엄청난 광고를 하는 출혈경쟁을 하는 나라는 없다.

영리병원을 허용한다는 것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기겠다는 것이다.
10여년 동안 대형병원이 우리나라 의료계를 주도해 오면서 시장점유율을 키워왔다. 하지만 단일건강보험 체계내에서 수가가 통제되고 여러 영리사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막대한 투자금액에 비해 수익성은 크게 못 내고 있다. 이제는 적극적인 투자자모집과 고가의 의료서비스, 민간의료보험과의 연계, 각종 영리사업 등을 통해 수익성을 크게 높여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또한 대형병원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중소병원들에게는 투자유치와 당연지정제 폐지 등은 사활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영리병원 허용이 가져올 결과는 상당수 중소병원의 줄도산, 개원가의 몰락, 의료비 폭등일 것이다.

■ 경영난 가중되는 동네한의원

이러한 영리병원 허용이 가져올 결과는 중소병원의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한의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영세한 한의원이 대부분인 한의계가 대형화, 규모화, 고급화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한방의료의 특징상 임상에서 한의사들은 대부분 일차의료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에도 대형병원과 경쟁 속에서 일차 진료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향하고 있고, 한의원의 경영난은 심해지고 있다. 과연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한의계에 많은 투자가 유치되고 한방의료의 질적 개선이 가능할 것인가?

물론 소수는 그렇게 대형병원과 자본에 편입되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의계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동네한의원의 미래는 보지 않아도 명확하다. 쉽게 말해 일반인이 병원에 투자할 수 있으면 건물주가 한의사에게 건물을 임대할 이유없이 자신이 한의사를 고용해서 한의원을 하게 될 것이 아닌가?

지금은 영리병원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대형병원 위주의 무차별 경쟁을 조절할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별 병상총량제 도입, 3차 의료기관의 입원환자 위주의 진료,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주치의제도 도입 등을 통한 1차 의료 살리기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국가적 차원의 비효율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이런 방향의 의료개혁이야말로 한의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인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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