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한의대 교과과정 개편착수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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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한의대 교과과정 개편착수에 대한 단상
  • 승인 2009.03.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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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와 동등한 임상교육시간 필요

우리나라에서 한의학의 정규대학 교육이 시작된 지 반세기가 훨씬 넘어 6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초창기의 것을 큰 수정 없이 운영해오다가 내과총론은 생리, 병리 등 중복된 부분이 많았으므로 폐지하고 다른 과목들은 그냥그냥 오늘날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필자는 20여년 대학에 봉직하면서 교과과정을 정비하지 못한 것을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은 비단 필자만의 의견이 아니라 정년퇴임을 했거나, 지금은 고인이 된 후배교수들과도 상통되는 생각들이었습니다. 언젠가는 교과과정에 큰 개정이 있을 때가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던 차에 얼마 전 모전문지의 기사에서 개편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교과과정의 개편을 추진하는 교수에게 격려의 뜻을 표하는 바입니다. 이상적인 교과과정이 성안이 된다면 다른 교수 여러분들도 협조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한의학 교육기간은 6년입니다. 대만의 대북중의약대학은 7년인데 의사면허 응시 자격까지 주어지는 까닭에 두 가지 면허를 따면 한의학을 안 하고 서양의학 쪽으로 거의 가는 이유로 중의대의 교수 기근이 나서 80년대 초에는 경희대로 교수 파견을 요청해오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든 뒤에야 한방으로 컴백한다는 게 중의대관계자들의 전언이었습니다.

6년제의 교육 과정에서 기초와 임상과목의 시간할당이 교육의 질을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의학도 기술교육이기 때문에 기초교육시간과 같은 임상시간이 필요합니다. 6년 중 기초교육 2/3, 임상교육 1/3 하면 임상교육시간이 부족합니다. 필자가 재직 시에 여러 교수들의 찬동을 얻어 교과과정의 일부를 개정한 바 있었습니다. 학부 본과 2학년 2학기부터 임상으로 들어가게 하고 얼마 후에는 2학년 초부터 임상에 들어가도록 교수회의에서 결의하였는데 필자가 정년퇴임을 하고 얼마 지난 뒤 먼저대로 환원되었더군요.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만큼 환자를 볼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단연코 임상교육의 시간 부족과 임상교수의 열의 여하가 큰 문제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기초 측에서 양보해 기초와 임상시간을 3:3으로 하고, 임상에서도 무의촌 의료봉사에 너무 의지하지 말고 병원에서 베드싸이드 티칭을 더욱 철저히 한다면 교과과정 개정시 큰 부분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재단 측에서는 혹시 올 수가 있는 기초교수의 수업시간이 줄더라도 전임을 해임시키거나 어떤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다른 방면에서 연구할 시간적 특전을 준다면 더 큰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아량이 필요할 것입니다.
의과교육에서 임상시간을 더 길게 하는 선진 각국의 추세에 따르자는 것이 아닙니다. 옛 커리큘럼 그대로 지킨다는 것이 시대착오임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이번에 이같이 큰 작업을 구상하고 엮어나갈 교수들에 고마움을 느끼며 예상되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매듭지어 온 국민이 참된 한의 의료 혜택을 받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구본홍
서울 강남구 키드키본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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