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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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 승인 2009.03.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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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안에 삶이 존재하다

몇 년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로또를 샀던 적이 있다. 매주 로또 당첨이 발표되는 순간까지 나름대로 꾸는 대박의 꿈은 엄청나게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지만 지금은 간간이 들려오는 1등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들으며 ‘그들은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운명은 개척하기 나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찾아오는 대박의 꿈이 더 판타스틱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퀴즈쇼에 출연한 주인공이 거액의 상금을 받게 되는 이야기를 매우 독특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2006년, 뭄베이. 빈민가 출신의 18살 고아 자말(데브 파텔)은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는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최고 인기 퀴즈쇼에 참가한다. 하지만 정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차를 나르는 일을 한다는 것으로 인해 모두에게 무시당하던 자말은 예상을 깨고 최종 라운드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퀴즈 진행자는 그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의심하게 되고, 자말은 마지막 문제를 남기고 경찰에 사기죄로 체포된다. 결국 자말이 살아온 모든 순간이 정답을 맞출 수 있는 실마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풀려나고, 그가 퀴즈쇼에 출연한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밝혀지게 된다.

이 영화는 여타의 영화와는 다르게 아카데미 8관왕을 비롯하여 전 세계 88개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력이 나열되면서 시작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퀴즈쇼 등을 통해 인생역전을 하는 주인공들을 다룬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전개로 진행되면서 뻔한 결말을 보여주거나 아카데미를 수상한 영화들이 갖는 무한 감동의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의외로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인생역전으로서의 퀴즈쇼가 아닌 삶의 반영으로서의 퀴즈쇼를 보여주고 있다.

비카스 스와루프의 소설 를 각색한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쉘로우 그레이브>와 <트레인스포팅>을 통해 독특한 연출세계를 보여주었던 대니 보일 감독이 그동안의 부진을 한 번에 날려버리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맘껏 표현하고 있다. 그로 인해 현재의 퀴즈쇼 장면과 자말의 과거 모습을 역동성 있는 카메라와 교차편집으로 표현하는 구성은 관객들로 하여금 2시간 동안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또한 실제 인도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하고,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할 배우들을 현지 캐스팅하는 등 영화 속 그들을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속 출제되는 퀴즈를 함께 풀어보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테스트 해 보는 것도 좋으며, 영화가 다 끝나고 난 후, 보너스 트랙처럼 출연 배우들과 군중들이 춤추며 노래 부르는 전형적인 인도영화의 ‘맛살라’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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