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과대학 7년제 학제개혁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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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과대학 7년제 학제개혁 제안
  • 승인 2009.03.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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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개편은 의권신장 위한 모멘텀
정부의 ICD-10 수용 공식화로 내외 여건 성숙

올해 한의대 입시의 특징은 임상가의 경영환경 악화와 한의계의 위기상황을 실증적으로 확인해주었다는 데 있다.
김남수 현상이라 부를 만한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면허된 의료’의 법적 지위가 이처럼 취약했던가 하는 한탄과 동시에, 소비자라는 특수 지위를 가지고 다수의 국민은 언제라도 우리에게 등 돌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특히 한약재 수입과 유통경로 정보, 일부 한의원의 비정상적 의료행태가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가격, 품질, 신뢰도 등이 일반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었고 우리를 더욱 어려움에 빠지게 하고 있다.

더욱 근본적인 사태는 현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사회적 여건의 변화와 관련돼 있다.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달로 한의학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저하되고, 주무기인 한약도 민족전통에 대한 친밀감 대신 우선 안전성을 확인하는 데서 보듯 무형적 보호막을 상실하고 있으며, 제약기술의 발달로 흡수효율을 제고하는 경쟁제품이 증가하여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게다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에 따른 의학교육의 품질을 둘러싼 의료 환경의 변화라든가 한의사의 진단기기사용 및 질병진단능력에 대해 노골적이고도 비신사적으로 헐뜯는 양의계의 압박 등이 한의사 본연의 의료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 이루어지는 정부의 연구지원 내용을 보면 임상시험을 통한 한약처방의 효과 검증과 기존치료법 외에 다양하고 새로운 진단치료기기와 처방 개발, 산업 육성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환경변화에 대하여 한의과대학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 난국을 혁파하여야 하는가?

지금 개원가의 한의사들은 대학에 대해 여러 종류의 희망사항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의학의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강의 주문에서부터, 외부로부터의 학문적 도전에 대한 권위 있는 설명과 방어, 임상 이론에 대한 학술적 체계화와 과학적 검증, 진단치료기기와 방법 개발, 국제적 학술활동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필자는 한의임상의 부활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한의진단용어의 통일과 현대화라고 본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의료소비자와 소통하고 법적으로 보호받기가 쉬우며, 보험과 같은 제도적 보장이 보다 확대되고 용이해진다. 그런데 진단용어를 소통할 수 있으려면 진단검사권한의 확보, 즉 의료기사지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 진단용어 통일과 현대화 시급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상황에서 특별한 모멘텀 없이는 해결이 난망하다는 점이다. 약학대학이 임상을 강화한다고 6년제로 전환한 바 있고, 의대와 치대가 선진화하겠다고 전문대학원 체제로 바꾼 것처럼 결정적인 전기가 필요하다.
물론 몇몇 대학이 종전 의대체제로 복귀하고자 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미 대세는 굳어졌다. 한의대의 경우 1964년에 처음 6년제로 전환된 이후 커리큘럼 변경이 몇 차례 있었지만 거의 30년을 요구해온 의료기사지도권 확보라는 제도적 변화까지 끌어내지는 못하였다.

그러면 제도적 변화를 이끌 실질적 방안은 무엇일까? 마침 복지부와 통계청의 요구사항인 국제질병분류기준 ICD-10에 근거한 한의질병분류체계가 공식적으로 내년부터 임상에 공식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이는 한의진단체계로의 합법적 수용을 정부가 공식화한 것으로써 내적·외적으로 여건이 성숙되었음을 의미하며, 우리도 대학교육에서 진단과 치료내용의 코딩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제도적·학문적 준비를 하여야 한다.

■“교육내용과 방법 획기적으로 바꿔야”

아울러 나날이 증가하고 새로워지는 의학이론과 의료기술, 특히 진단기술을 체계적으로 습득해야 하며, 현대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한의학의 개념과 범위를 끊임없이 확대하고 그에 합당한 醫權伸張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자각하고 한의과대학은 확고한 비전과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를 변혁하려는 자기파괴를 하여야 한다. 지금의 6년제 하에서는 ICD진단체계를 충분히 학습하고 실습할 수 있는 이수시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교육방식으로는 위에서 말한 많은 요구조건들을 담아내기는 무리다.

학교교육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과정을 마친 후에 피교육생이 임상현장에서 요구하는 의료기술을 바로 시행하고 의사 실무를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며 그러려면 그에 합당하는 현장중심의 실습과 실무 경험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과정에서는 강의와 부속병원 실습 중심이어서 로컬과 환자군이 다르고, 더구나 각 대학에서 정원외 신입생 확보에 열중하는 정도의 교육철학으로는 아무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필자는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한 강력한 대안으로서 7년제의 한의과대학 학제를 제안한다. 한의과대학 교육시스템의 광범한 개편을 통하여 기초와 임상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과목 혹은 주제영역별로 학습-실습-실무능력을 균형 있게 배양하도록 하며, 전통의학 분야의 국제적 협력과 지도력이 중시되는 상황들을 고려하여 체계적이고 다양한 인턴쉽 프로그램들을 구성함으로써 의료기사지도권을 비롯한 위의 여러 목적들을 달성할 수 있다.
이미 중서의 결합과정에 중국은 7년제, 대만은 8년제를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다. 혹자는 작년에 설립된 한의학전문대학원 방식도 제시할지 모르나 설립목적도 다르고 이수시간도 부족하여 전공지식을 가르치기만도 벅차서 적합하지 못하다.

더 구체적인 방안들은 이 난에서 상술하기도 어렵고 개인 자격으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대학 구성원의 고민이 폭넓고 깊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근본적인 위기타개방안에 대한 한의계 전체 구성원들의 대체적인 의견을 알고 싶어서 지면으로 발표하는 것이며, 나아가 학제변경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 의견들을 청취하고 싶다.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논의가 활성화되면 최선의 타개방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학제변경이 결코 쉬운 결정사항도 아니고 한의학 제도교육의 근간을 바꾸는 일이기에 많은 토론을 거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모든 대학 구성원이 진정으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한의학의 국내외적 위상강화와 진단치료기술 도약을 위해 이마를 맞대고 대대적인 의식개혁과 함께 학제개편을 통하여 대학이 스스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지규용(동의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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