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숏버스
상태바
[영화] 숏버스
  • 승인 2009.03.13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性을 통한 소통과 치유

10여 년 전, 홍콩에 여행을 갔다가 단지 영국의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과 배우 이완 맥그리거의 영화라는 것 외에 그 어떤 정보도 없이 <필로우 북>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모든 출연자들이 올 누드로 나오는 장면을 보고 식겁했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영화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 뿌듯해 하기도 했었지만 몇 년 후 엄청난 모자이크 처리로 관객들을 난처하게 하면서 개봉을 하기는 했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영화검열 때문에 몇 가지 규정 사항에 위배된 장면은 가차 없이 가위질 당하거나 상영금지를 당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규정들이 조금씩 완화되면서 영화의 작품성에 따라 표현의 수위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숏버스>라는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2006년 깐느 영화제에서 소개되고 난 뒤 수많은 관객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노출 수위가 만만치 않아 관객들을 꽤나 불편하게 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소피아(숙인 리)는 능력 있는 성문제 상담사이지만, 정작 자신은 남편과의 섹스에서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보지 못한다. SM 플레이를 직업으로 하면서 그 일에 회의를 느끼는 세브린(린지 비미시)은 소피아와 함께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 한다. 게이 커플인 제임스(폴 도슨)와 제이미(PJ 드보이)는 서로 사랑하지만 구속 받지 않는 성생활을 원한다. 그런데 제3자인 세스를 끌어들여 자유로운 섹스를 즐겨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이들은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섹스 클럽인 숏버스를 찾게 된다.

<숏버스>는 영화의 도입부부터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꽤나 격정적인 정사씬과 클럽에서의 집단 섹스 장면 등은 소위 ‘야동’과 흡사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결코 섹스에만 머무르지 않으면서 포르노와의 차별성을 두고 있다. <헤드윅>이라는 영화를 통해 트랜스젠더의 아픔을 음악으로 표현했던 존 카메론 밋첼 감독의 영화로 <숏버스>에서도 동성애자인 감독의 감성으로 다양한 사랑의 형태 속에서 생겨난 아픔을 ‘성(性)’으로 소통하고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지만 제한상영관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개봉할 수 없는 영화였다가 2년 동안의 법정 투쟁 끝에 결국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으며 공식 극장 개봉을 하게 된 <숏버스>는 아시아인의 정서를 고려한 감독이 직접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영화제나 어둠의 경로를 통해 이 영화를 접했던 관객들보다는 영상적인 충격이 조금 덜하겠지만 아직까지 ‘성(性)문화’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