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승 칼럼] 주사제제와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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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승 칼럼] 주사제제와 한의학
  • 승인 2009.02.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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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하지만 한의사가 주사제제(약침제제)를 사용한다는 것이 매우 경이롭게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10여 년 전 중국에서 해열제로 어성초주사액, 항암제로 섬피주사액을 정맥주사제제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부러워했었던 기억이 난다. 의사협회에서 약침의 사용에 대해 한의사가 불법으로 주사기를 사용한다고 고발하던 것도 옛날이야기다.

이제는 당당히 약침시술행위가 대한민국 한의사의 의료행위로 인정을 받고 또 국제규격에 걸맞는 생산시설과 학문적 인프라를 구축하여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 가지 약간 의문이 드는 것은 경혈주입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연 한약주사제제를 정맥주입하는 것도 한의학적인 방법인가 하는 질문이다.
얼마 전 저자는 상해 복단대학 종양병원에 방문하여 약침치료법에 대해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바 있다.

이때 질문을 하던 복단대학 중의종양과의 주임교수는 본인들도 한동안 정맥주사 부분에서 정체성의 문제를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질병과 병소가 아닌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치료라는 점에서 정맥주사의 방법도 역시 한의학의 한 치료방법이라고 언급하였다.
다만 이를 국내의 현행 제도권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의사의 ‘藥鍼靑脈注入治療’라는 새로운 의료행위항목을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의학은 질병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최근 침도치료가 시행되면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치료범주가 넓어지고, 또 매선치료에 의한 성형 분야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한방 암치료의 경우 거의 대부분 한약 정맥주사제제를 탕약과 병용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의이인 성분인 캉라이터, 아출 성분인 란샹시, 섬피 성분인 화찬수 등이 있으며, 이중 화찬수는 상해 복단대학과 미국 MD앤더슨이 공동으로 국가과제연구를 수행 중에 있는 중요한 약물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내 한의학계가 한의사의 약침청맥주입법에 관심을 갖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주사제제는 위험성을 갖는다. 중국에서 일부 한약주사제제에 의한 사망보도가 나온 바 있다.

또 한편으로 중국과 한국의 다른 상황은 중의사들이 양약처방 및 검사를 스스로 오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한국에서 정맥주입법을 한의사가 시행했을 때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사회적 문제를 초래했던 산삼약침 정맥주입 등의 문제는 준비되지 않은 접근으로 오히려 좋은 치료기술을 사장시킬 수도 있었던 양날의 칼을 한의계에 쥐어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약침청맥주입법의 개발을 위해서는 물질후보에 대한 천연물 신약개발 수준에 달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그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독성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한 해법의 열쇠가 되며, 그 유효성에 대해 엄격한 임상연구가 이루어져야 함은 말할 나위 없다.

의학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이다. 신농은 독약을 맛보다가 죽을 뻔했고 제너 또한 종두법을 개발할 때 직접 몸에다 주입을 한 바 있다.
이제는 보다 진보된 과학적 연구방법론이 제시되고 있고 우리가 이에 맞춰 천연물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되었다. 차근차근 치밀하게 준비하여 보다 효과가 있는 치료방법들을 개발하고 임상에 적용한다면 한의계의 치료영역은 훨씬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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