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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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승인 2009.02.1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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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인생을 알게 되다

요즘 같이 불황이 지속되다보면 많은 사람들은 몇 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옛날을 추억할 수 있는 복고풍의 대중문화가 인기를 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그런데 만약 나 혼자에게만 시간이 거꾸로 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라는 영화 속에서 이러한 동화 같은 상상의 해답을 보여주고 있다.

1918년, 유명한 시계 장인이 전사(戰死)한 아들을 위해 만든 거꾸로 가는 시계를 기차역에 거는 날 한 아이가 태어난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나고,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보자마자 양로원 앞에 버리게 된다. 바로 그 아이가 80세의 외형을 가진 채 태어난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이다. 그러나 벤자민 버튼은 해가 갈수록 조금씩 젊어지게 되고, 한 어린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세븐>과 <파이트 클럽>을 연출한 데이빗 핀쳐 감독이 그의 영원한 페르소나인 브래드 피트와 함께한 <벤자민 버튼>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단편 소설을 각색한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는 소설과는 큰 틀만 비슷할 뿐 전체적인 이야기는 다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소설을 미리 읽어본 관객들이라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80세 노인에서 점점 어린 아이가 되어 가는 사람의 인생을 볼 수 있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관객들은 만약 벤자민과 같은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면서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에 더욱 더 만족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현실이 어렵다고 해도 나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 벤자민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삶을 살 수 없으며 점차 어려지는 나이로 인해 그들에 대한 기억조차 하나둘씩 잊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늙어가지만 나 혼자만 젊어진다면 그 순간만큼은 즐거울 수 있겠지만 그것이 평생 지속되는 거라면 나에게는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인생의 외톨이로 남게 될 것이기 때문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2시간 40분이 넘는 상영시간이 약간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다양한 연령대를 소화해낸 브래드 피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벤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2009년 아카데미 영화제에 13개 부문이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기발한 상상력의 이야기를 최첨단 기술과 어우러지면서 관객들에게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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