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03] 桑韓唱和塤篪集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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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03] 桑韓唱和塤篪集①
  • 승인 2009.02.0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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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전의 韓流熱風

조선 숙종 45년(1719, 己亥)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 일행이 일본인들과 주고받은 필담을 모아 편집한 이 책은 사행이 끝난 이듬해인 1720년 봄 京都의 奎文館에서 목판본으로 간행되었다. 임진왜란 직후 초기 조선통신사를 파견한 목적은 전쟁 후 포로쇄환 같은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있었지만, 이후 정치적인 사안보다는 의학을 비롯한 문화교류가 점차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1719년 기해사행에서 戊辰使行(1748년), 癸未使行(1763년)에 이르는 기간은 조선·중국·일본 동아시아 3국이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던 시기로, 이중에서도 특히 조선과 일본의 외교적 관계는 안정기로 분류된다. 이때의 사행은 통신사행으로는 9번째로 이미 임술사행(1682년)과 신묘사행(1711년)을 거치면서 양국간의 본격적인 왕래교류가 정착되어 가던 시기였다.

기해사행에서는 3使 이하 475명이나 되는 대규모의 사절단을 구성하여 德川吉宗의 8대 장군직 습봉을 축하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당시 일본은 막부장군 德川吉宗이 권력 강화를 위해 ‘享保改革’을 주도하여 정치적 안정과 경제 재건에 성공하였기에 경제적 번영에 수반하여 선진문화에 대한 선망이 대단하였으며, 부분적이나마 서양문물을 접하고 있었다.
특히 德川吉宗이 학문을 크게 장려하여 의학·박물학 등 기술과학과 문화 분야에 발전을 도모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이렇듯 일본의 선진문화 수용에 대한 욕구가 고조되었던 시기에 기해사행이 이루어진 것이다.

서명인 『상한창화훈지집』은 줄여서 ‘상한훈지집’이라고도 부른다. 본래 ‘塤篪’란 말은 『詩經』의 ‘伯氏吹塤, 仲氏吹篪’(小雅/何人斯)라는 시구에서 비롯하였는데, 塤과 篪는 모두 악기로 ‘형이 塤을 불면, 아우는 篪를 불어 화답한다’는 뜻에서 형제간의 우애와 화목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책의 이름은 ‘조선과 일본의 우호와 선린’을 비유한 이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서는 11권으로 되어 있는데, 의학 관련 내용이 실려 있는 권1(총론), 권3, 권4, 권8, 권9, 이 다섯 권을 제외한 나머지 각권에는 역사·지리·산수·의관·언어·생활습속 등 여러 주제에 걸쳐 다양한 내용이 다뤄져 있다. 당시의 상황과 관련하여 서문을 살펴보면 “己亥年 가을에 조선 사신 제술관 申維翰과 姜栢, 成夢良, 張應斗 3명의 서기가 머무는 곳에 전국에서 몰려온 학자들이 앞 다투어 投刺[명함을 내놓고 면회를 청하던 행위]함이 마치 천하의 보배라도 얻는 듯이 하였다.……”고 묘사하였다.

江戶시대 일본학자들이 조선학자를 맞이하여 한시로 창화하길 구하고, 서화와 휘호를 청하며, 필담을 통해 학문의 의문점을 묻곤 하던 일은 사행 때마다 늘 있어왔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문답류 기록물의 또 다른 간행 이유 중의 하나는 조선통신사와의 교류를 통해 지방학자가 육성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조선사행과의 문답은 그들에게 있어서 자신이 갈고 닦은 학문의 수준을 시험받을 절호의 기회였다. 쇄국정책을 견지했던 막부체제에서 사행원들과의 접촉은 지방학자들에게 선진문화를 직접 접하고 수용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호기였던 것이다.

당시 일본에 파견된 良醫와 의원은 전국 각지로부터 몰려든 학자들과 문답을 나누었는데, 문답에 참여한 일인들이 이때 나눈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었다가 사행이 끝나고 나서 用拙齋 瀨尾維賢이란 사람이 기록들을 한데 모아서 간행한 것이다.
특히 이 기록은 18세기에 접어들면서 통신사가 문화사절로서의 성격이 강조되고 일본 내에서 조선의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사행의 의학문답을 기록한 역사자료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망각의 세월 속에 묻혀버린 무명의 의가들과 그들의 독특한 임상적 견해가 담겨있는 생생한 현장들이 보존되어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 호에서 문답 속에서 담겨진 의학내용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문헌연구센터장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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