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승 칼럼] 중국과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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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승 칼럼] 중국과 한의학
  • 승인 2009.01.0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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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10여 년 전 북경 광안문병원 종양과에서 연수를 하고 있을 무렵 한 젊은 중의사와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비록 한의학은 중국에서 기원은 했으나 한국, 일본 등 동북아 지역에서도 역사적으로 계속 발전을 했으므로 중의학(Traditional Chines Medicine)이 아닌 동양의학(Oriental Medicine)이 맞는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었다. 반면 그의 논리는 아무리 그래도 처음 기원이 중국이면 중국 것이라는 것이었다. 과연 어느 논리가 맞는 것인가?

한국에서는 한의학의 정통성을 살리기 위해 1986년 漢의학이라는 명칭을 韓의학으로 수정하여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는 동의보감과 동의수세보원 등 한국 한의학만의 독특한 전통의학체계를 강조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학부시절을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교과서들이 동의보감과 중국교과서 번역본을 짜깁기 해놓아 과연 이것이 우리의 전통 한의학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고, 의학사를 공부하면서도 우리가 배우고 있는 것이 중국의 것인지 한국의 것인지를 혼돈하기 일쑤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장해오던 한국 고유의 한의학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어떠한 경쟁력을 가지고 앞으로 발전해 나갈 것인가?
이미 세계 각국에는 벌써부터 중의학의 뿌리가 매우 깊게 내려져 있다. 이는 중국의 엄청난 인해전술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 숫자는 바로 엄청난 양의 연구결과로 세상을 도배한다. 의학의 대표적인 검색엔진인 Pubmed에는 이미 중국에서 구축한 전자문헌정보시스템과 연동이 되어 중의잡지들의 초록을 제공하고 있다. 서구에서 인식하는 전통동양의학 또한 이미 전통중의학(TCM)이라는 고유명사로 통일이 된 듯하다. 이러한 바탕 위에 한국 한의학을 어떻게 해서든 꽃피워야만 하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필자가 중국에서 연수하는 동안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교육과 임상이 하나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물론 이것이 중의학의 수준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에 실린 기본방제 100종을 평범한 중의대 학생들이 그대로 외워대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고, 교과서에 있는 변증과 처방대로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으니 서로 소통하기도 용이하게 보였다.
반면 한국에서는 교과서와 실제 임상에서의 치료는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아무리 교과서에서 기술이 되어 있어도 막상 임상에서는 그들만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이러다보니 교육의 장에서는 불신이 싹트고, 연구에 있어서는 실제적인 한국 한의학의 치료기술보다는 교재에 근거한 임상시험 등이 중심이 되고 있다. 엄밀히 말해 교육, 임상, 연구가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에게 원류한의학을 제공해 주었고 한국은 나름대로 침술의 종주국부터 시작하여 사상의학에 이르기까지 한의학의 다양한 체제를 창출하였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경쟁관계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한의학의 세계적 위상은 그다지 높지 않고 또 내부적으로도 체계가 그다지 견고한 편은 아니다.
지난 수천 년을 공존해온 한국과 중국의 전통의학. 서로 같다고 주장할 수도, 다르다고 주장할 수도 없는 한국 한의학의 현실. 세상 모두가 중국에 눈을 돌릴 때 그 관심을 한국으로 돌리게끔 할 수 있는 타당성은 무엇일까? 보다 날카롭게 한국 한의학의 정통성을 조명하고 가다듬어 중의학이 가져다 준 위기와 기회에 현명하게 대처해야만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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