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의 名人을 찾아서1] 권순종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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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의 名人을 찾아서1] 권순종 원장
  • 승인 2009.01.0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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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론은 병에 접근하는 가장 실제적인 방법”

본지에서는 20주년 특별기획의 일환으로 지난 1990년대 이후 한의학계에 학술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거나 신의료기술을 도입해 개원가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한의사를 대상으로 시리즈 인터뷰를 시작한다. 이 기획을 통해 다양한 한의학적 진단처치를 한의계에 알리고자 한다. <편집자 주>

권순종(52·권순종한의원) 원장이 해설한 상한론 관련 저서들에 영향을 받은 개원의나 한의대생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가 저술한 책들은 정식 출간된 게 아니라 모두 강의를 위해 제본한 것들이다.
강의를 그만둔 지 한참됐지만 지금까지도 그 책을 사고파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 것을 보면 그의 해설서가 상한론에 어려움을 겪는 한의사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존재였음을 알 수 있다.

■ 이론과 실제가 맞는 틀 ‘상한론’

동의보감 위주인 한의계에 팔강변증을 이용한 상한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그가 처음 상한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이렇다.
“한의학은 예를 들어 동의보감이나 사상의학같은 틀 속에서 움직이는데 어떤 틀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동의보감이나 후세방쪽은 장상인데 그것을 갖고 병을 해석한다는 것이 막연하기도 하고 관념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론과 실제가 맞게 하려면 조금 덜 복잡하고 증과 주석들이 많은 것들이 쉽고 또 실제적인 접근법이라 생각해 관심을 갖게 됐다.”

본과 2학년 때 상한론을 접하게 된 후부터 매진해왔고, 스스로 이론적인 결론을 내기까지는 10년은 넘게 걸렸다고 한다.
이론적인 구조가 잡힌 후라고 연구가 끝난 게 아니다. “세세한 문제들은 지금도 고쳐나가는데 예를 들어 표증의 경우는 변비·설사가 안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온다. 그게 조문에는 제시가 돼 있는데 안목이 넓지 못했을 때에는 그것을 놓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권 원장의 모습에서 한 순간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진중한 학자의 면모가 엿보인다.

상한론은 젊은 한의사들 입장에서 보면 무척 까다롭게 느껴진다. 조문이 어렵고 특히 임상에서 처방을 쓰기는 더 어렵다는 평가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이러한 반응에 대해 “처방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 쓰기에는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막상 써보면 상한론 처방이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좀더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조문에만 의거해 약을 쓴다면 허무맹랑한 일”이라면서 “조문보다는 본질을 파악하려고 해야 한다. 각 처방이 소속된 부분이 어딘가 하는 본질적인 위치가 정해진 다음에야 조문이 가치가 있는 것이지 조문만 가지고 쓰려한다면 평생 상한론 처방대로 쓸 환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한론 처방을 꺼리는 한의사들이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약 자체가 강한 성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그는 “실제로는 그렇게 강한 성미를 가지지 않는다”며 일각의 오해를 불식시켰다. 대신 정량대로만 쓸 것을 조언하고, 다만 병태가 잘 맞지 않으면 효과가 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상한론에 대해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후 처방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
그렇다고 그가 상한론 처방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후세방에 대해서도 “잘된 처방들을 보면 조리가 있다. 후세방이라고 가리지 않고 나도 많이 쓴다. 단 상한론 이론에 의거해 처방에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 “한의학은 원래 열병치료가 主”

상한론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는 만큼, 그는 누구보다도 한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한의학이 만성병 위주로 발전했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과거 한의학 치료는 열병이 주를 이뤘다”면서 “침으로는 급성병을 다루지 못하지만 한약으로는 가능하다. 일본같은 경우는 약을 쓰는 사람을 의사라고 부르고 침의는 침구의라 하며 의사 밑에 둘 정도로 한약처방을 중요하게 봤다”며 보약 개념을 넘어서서, 만성병과 급성병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한약의 본래의 역할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한의학이 경영적인 위기도 있지만 학술적으로도 침체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활발해 보이는데 얘기를 깊게 들어보면 한의학을 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학문으로서의 한의학을 접근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직군으로서 바라보는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있다”며 근래의 학계의 분위기를 두고 조심스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의학을 너무 우리만의 것으로만 갖고 가려다 보니 과거 한의학이 성했을 때의 저변보다는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최근의 경영위기를 겪는 젊은 한의사들에게 “초기투자비용이 적게 드는 한의원의 장점을 살리고, 상한론을 비롯한 다양한 처방들을 공부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을 쌓아가는 것이 위기를 넘기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올 봄께 ‘의문췌언’ 정식 출간

그동안 제본책으로만 떠돌던 그의 주옥같은 저서들 중 ‘의문췌언’ 세 권이 올해 봄에는 정식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거의 새로 썼다”고 말할 정도라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나머지 책들도 단행본 형식을 빌어 순차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밀려드는 요청에 의해 잠깐씩 하던 강의에서 손을 뗀 후 진료외의 활동에는 거의 나서지 않는 권 원장은 요즘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있다. 일본 고문으로 씌여진 동양의학서에 관심이 많아 직접 원서를 주문하고, 일본의 옛 佛書를 읽으면서 익혔던 일본 고문 실력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읽으며 공부하는 일을 그는 “노는 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공부가 천성인 사람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이 책들을 번역하는 작업도 해 볼 생각이다. 다만 언제가 될지는 미정이라고. 책을 쓰든 번역을 하든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은 살아있는 동안 모두 쏟아낼 것이라고 하니, 그의 후속타를 기다리던 한의사라면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할 것 같다. 기다린 만큼 옹골진 저서들을 만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민족의학신문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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