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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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2)
  • 승인 2008.12.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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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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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과 능력 사이

아는 선배 중에 경기도 모처에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선배가 있는데, 그 선배가 흘려준 엄청난 한 마디 말이 있습니다.
“환자가 약 먹은 뒤 효과를 보고 다른 환자를 소개해서 데려오게 하는 원장은 고수는 고수다. 그러나 진정한 고수가 있으니, 초진 그 다음 날 환자가 약 찾으러 올 때 다른 사람을 데려 오게 하는 게 진짜 고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환자가 약을 먹고 효과를 보기도 전에 이미 소문을 낸 겁니다.
왜요? 그 원장을 만나고 희망을 찾은 겁니다. 환자의 마음이 이미 치유의 길로 방향을 잡은 겁니다. ‘아, 이 원장님은 내 병을 제대로 알고 있다, 이 원장님한테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확 생긴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환자의 마음에는 약을 먹기도 전에 이미 치유의 에너지가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희망의 효과는 얼마나 강력한지 모릅니다. 희망을 그저 ‘플라시보’라는 말로 평가절하 하지 마십시오. 물론 낫게 할 자신도 없으면서, 병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낫게 해주겠다고 허풍을 떨자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환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약 몇 첩에 좋아질 병이 있는가 하면 몇 개월씩 약을 써야 하는 병도 있습니다.

첩약 의료보험이 시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가 그 비싼 한약을 몇 개월 동안 먹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환자를 끌고 가지 못하면 환자는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치료를 중단하고, 결국 그 환자는 치료되지 못합니다. 그럼 결과적으로 환자는 돈을 허비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원장님이 고칠 실력이 없어서 못 고친 게 아니라, 환자가 따라와 주질 않아서 못 고친 겁니다. 그래도 결국 떨어져 나간 환자는 “그 원장 실력 없다”고 주변에 전합니다. 환자는 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을 더 많이 냅니다.

환자를 치료할 실력이 있지만, 환자로 하여금 믿고 따르게 할 능력이 없으면 아주 곤란해집니다. 공부는 열심히 해서 분명 나름대로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환자가 없다? 그렇다면 단순히 광고마케팅을 못 해서가 아니라 원장님에게 환자를 끄는 매력과 카리스마가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병이든지 그야말로 한 방에 치료할 수 있다면야 문제없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 않는 병들이 더 많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실력’을 쌓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환자로 하여금 믿고 따라 올 수 있도록 환자에게 믿음을 불어넣는 ‘능력’, 이를 쌓는 것입니다. 믿음을 가지면 그 환자는 약을 먹고 효과를 보기도 전에, 다음 날 약 찾으러 올 때 다른 사람 손 붙잡고 옵니다. 물론 치료도 더 잘 됩니다. 저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다음 호로 이어집니다. 기대하십시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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