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조선의 방외지사(方外志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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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조선의 방외지사(方外志士)
  • 승인 2008.12.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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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맞서 산 비주류들의 이야기

시대의 요청에 따라 문화인물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유교적 사상으로 충효를 중심으로 한 설화 같은 얘기가 시대를 풍미했던 대한민국 건국초기의 상황과는 달리, 군인이 정치를 하던 시대에는 영웅호걸들의 얘기가 주류를 이뤘음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나라가 안정되고 학문의 진작이 이뤄질 무렵에서는 양반사대부의 얘기로 이어지다가, 이제는 어느덧 오늘날의 각 전문분야에 따라 인물묘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생활의 여유가 있어지자 미디어를 통한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서점가의 중요 테마로 오르내리기도 하는 일시적인 유행도 눈에 띈다.

소외계층에 대한 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꾸준한 이슈가 되어 왔지만, 그것은 인간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일 뿐 사회의 귀감이 되어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러한 중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살아왔던 몇몇의 사람들은 역사적으로도 인구에 회자되었으니,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아웃사이더들을 대중의 관심 속에 부각시켜 시대를 뜨겁게 살아왔던 삶의 질곡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조선시대를 이끌어간 실질적인 관리라 할 수 있는 아전이나, 신분을 넘어선 생명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의원을 비롯해서, 길흉화복을 점치는 민간신앙과 나라를 지킨 시대의 아웃사이더로서의 무인들, 왕의 남자이자 왕의 그림자였던 내시, 또한 왕의 여자이자 대궐의 살림꾼들이었던 궁녀, 유학을 버리고 방외의 삶을 살았던 이단아, 남성중심 시대의 희생양이었던 첩, 시대를 앞선 글로벌 리더라 할 수 있는 역관, 억압된 신분사회의 탈출구를 찾았던 부랑자, 혼을 사른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장인들을 구석구석에서 찾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 그 누구보다 관심있는 이는 당연히 의원들이다. 여기에 소개된 양예수나 허임, 그리고 피재길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모든 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병을 고쳐 시대를 구하고자 하였던 이들에 대한 필자의 접근은 이 시대의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허준과 같은 의원만 알고 있는 인식을 바꾸게 한다.

아쉽고 짧은 소개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저자의 인식 속에도 더 이상의 의원들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지난 세월동안 우리가 의학 속의 인물들을 그동안 발굴해내지 못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부지런한 삶의 현장에서 이 땅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리려 애썼던 조상들을 이제라도 살펴야 하겠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부터 역대의학인물을 찾아 그들의 치열한 삶을 조명하고자 한의학연구원에서 역대의학인물평전 시리즈를 내기 시작하였다. 우선 『동의보감』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이 선정되어 소개되었고, 내년에는 『향약집성방』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물론 그들의 평전을 쓰기 위한 자료들이 많이 망실되어 기록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꾸준한 소개를 통해 그들의 열정적 삶을 돌아볼 귀감이 되기를 기대한다. <값 1만2천원>

김홍균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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