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원리’가 오히려 한의학 발목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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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원리’가 오히려 한의학 발목 잡는다
  • 승인 2008.11.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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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생약 구분도 불필요 … 용어정립 시급

□ 한의학미래포럼 제16차 토론회 □

‘한약’과 ‘생약’을 굳이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또 혼란스러운 한약과 관련된 용어 정리와 한방의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방원리’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월 21일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현대의 한의약품,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한미래포럼(대표 박왕용) 제16차 토론회<사진>에서 나온 내용이다.

■ 한의사 유·불리 먼저 생각해 보라

약사법 한약제제의 정의에 나와 있는 ‘한방원리’는 이제까지 한의학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역할을 해 왔지만 이제 거꾸로 한의학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신광호 한의외치제형학회장은 “한약과 생약을 구분하는 것이 한의사들에게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며 “의약품 정의를 바로하지 않으면 한의학은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약사법에 ‘한약’과 ‘한약제제’에 대해 정의돼 있고 ‘생약’은 하위 규정인 ‘대한약전’에 “동·식물의 약용으로 하는 부분, 세포내용물, 분비물 또는 광물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시중에는 ‘한약제제’보다 ‘생약제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고, 한약재를 이용해 만들어진 의약품도 ‘천연물신약’으로 등록돼 한의사와 관련 없는 의약품이 되고 있다.
한의사 시각으로는 한약이 분명하지만 ‘한방원리’를 표방하지 않으면 규정상 ‘한약제제’라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 한방원리라는 개념의 모호함 때문이다.

법 규정상 의약품은 ‘일반’과 ‘전문’의약품 두 가지밖에 없다. 일반인들이 약국에서 쉽게 사서 복용할 수 있는 쌍화탕 등 ‘한약제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규정상 일반의약품에 해당한다. 동의보감 등 기성한약서에 수재돼 있어 제품 개발시 안전성·유효성 자료제출이 면제돼 있을 뿐이다.
따라서 현재 한의사들이 제약회사에서 나온 우황청심환을 환자에게 투약하는 것도 언젠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회사에서 나온 우황청심환을 한의원에서 ‘판매’하는 것의 적법성을 묻는 질의에 복지부는 ‘불법’이라고 답변했고, 한의계는 한의원에서 환자에게 주는 우황청심환은 ‘판매’가 아니라 ‘투약’이라고 맞서고 있다.

반대로 소아과 의사가 소아 환자에게 맥문동탕을 처방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 놨지만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과립제가 아닌 캡슐이나 정제로 나오고, 약사들도 일반의약품으로 마음대로 파는데 의료인의 처방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 라는 주장이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을 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일반’이나 ‘전문’의약품의 선택은 몇 가지 적응증을 제외하고 제약회사의 영업적 판단에 의한다. 그런데 규모가 작은 한방의료시장을 보고 의약품을 개발할 제약회사는 없다는 게 문제다.

■ ‘천연물의약품’으로 분류, 한·양방 모두 공유 제안

약사법에 “‘한약제제’라 함은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을 말한다”는 조항이 한의사가 활용할 수 있는 의약품의 범위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방원리’는 기미론·승강부침론·귀경론·칠정론 등을 통해 설명할 수 있으나 이는 한의사들만의 용어이지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개념이 명확치 않은 ‘한방원리’를 ‘한약’을 규정하는 데 넣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약과 생약을 구분할 필요도 사라진다.

오히려 ‘천연물의약품’식으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한약제제·생약제제·천연물신약을 하나의 틀로 통일하고, 한·양방이 환자의 질병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본지 강연석 사무총장(KBS한의원)은 “한방의 원리라는 용어는 한의학을 과거의 것으로 제한시키고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한약’에 대한 개념이 정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문병일 이사는 “과거 ‘한방원리’가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개념은 모든 한방의료에 포함돼 있는 것이니만큼 이를 없애려는 것보다 폭넓게 해석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한약과 관련된 용어의 정리와 함께 한의원에서 만들어진 한약을 ‘조제한약’으로 분류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관련기사 688호 약재란 “‘조제한약’ 개념 신설 필요하다” 참조>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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