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취임 100일 맞은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상태바
[특별인터뷰] 취임 100일 맞은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 승인 2008.11.28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산·학·연 협력해 연구의 허브역할 할 것”
“봉한학설 연구 톱브랜드로 육성 … 한방암센터도 추진”

지난 8월 20일 제6대 한국한의학연구원장에 취임한 김기옥 원장이 지난달 28일로 취임 100일을 넘겼다. 이에 본지는 지난 11월 24일 대전 한의학연구원 원장실에서 단독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의 성과와 향후 연구원 운영, 그리고 연구력의 증진을 위한 구상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편집자 주>

▲11월 28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간의 소회는?

=25년 전 ‘한의학연구원의 필요성’이란 논문을 쓸 때부터 연구소 설립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한의학에 내재된 유효성과 과학성을 연구하고자 했다. 그래서 취임 후부터 새로운 동의보감, 혹은 유전자 동의보감을 쓰자는 생각에서 연구원들의 논문을 세계 유수의 논문지에 게재하는 등 근거를 만들어 소비자의 공감을 얻고자 부단히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한의학은 현대인들은 물론이고 한의대생들에게도 설명할만한 마땅한 툴(tool)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한의학을 현대과학적으로 설명할 도구와 방법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의학연구원을 이끄는 경영철학이라면?

=한의학에 대한 폄훼로 한의학의 신뢰성이 위협받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위기의 극복은 내게 주어진 최우선적인 임무다. 한의학이 존재해야 연구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위기의 극복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우선 시급한 과제부터 해결하고자 한다. 첫 번째가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이고 두 번째가 한방암센터를 유치하는 일이다. 한방암치료부서는 당초 국립암센터에 설치될 예정이었지만 양의출신 원장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한의학연구원이라도 서둘러 최소 100명 정원의 부설 연구병원을 갖고자 한다. 최첨단산업복합단지내에 타 연구원과 공동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원장의 중점 추진과제 중의 하나가 한의학전문도서관인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현대는 정보화시대다. 정보를 가진 만큼 한의학이 발전한다. 그러나 현실은 한문자료나 동양철학 관련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한의학전문도서관은 온라인을 먼저 구축하고 그 후에 오프라인을 구축하는 순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관련기사 688호 기고 ‘한의학전문도서관이란 무엇인가’ 참조>

▲지난 2005년 발표한 ‘이제마 프로젝트는 연구원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연구의 진전은 있나?

=연구기반이 구축돼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이다. 유전자 정보와 기기를 이용한 검사도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아직은 발표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기초연구를 끝내고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연구원은 침구경락의 거점연구센터를 구축하고자 전국의 침법을 수집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현재 연구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현재 남한지역의 수집을 끝내고 연변지역의 침법수집도 어느 정도 마친 상태다. 북한지역을 포함할지 여부는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다른 연구도 마찬가지이지만 BT연구는 20~30년 해야 결과가 나온다. 시간을 갖고 꾸준히 연구해 아이디어를 더 보강하고 객관적인 연구를 할 계획이다. 다만 경락의 기초기반연구보다는 임상적 효과를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 대전대 둔산한방병원에 임상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런 시도의 하나다.

▲침구경락연구와 관련해서 봉한학설의 실체가 80~90% 밝혀진 것으로 알려져 정부차원에서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연구를 한의계가 협력해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보는데 한의학연구원이 주도할 계획은 없나?

=봉한학설의 존재는 수의대에서 이미 검증됐다. 중완에 주입한 염색물질이 췌장에 도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것은 곧 중완에 침을 놓으면 췌장을 치료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서양의학은 물론이고 한의학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점에서 봉한학설을 과대포장이라고 이해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핵심적인 경락이론을 서양에서 배워오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4~5백억원을 들여 경락과학연구원을 개설해도 의미가 있다.
이런 중요성을 인식해 한의학연구원은 톱브랜드인 이제마 프로젝트에 이어 봉한학설 연구를 또 하나의 톱브랜드로 삼아 경락의 실체를 검증할 것이다.

▲연구프로젝트를 대학과 공동연구 할 의향은?

=어느 대만학자는 드라마 ‘허준’과 ‘대장금’이 세상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는 이유로 노벨상감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과학적인 연구로 노벨상에 도전할 것이다. 한의학연구원에는 27명의 한의사와 의학자, 약학자, 통계학자, 공학자 등 13개 분야에 걸쳐 200여명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근무하고 있다. ‘과학자를 위한 한의학 강좌’에 연구단지내 과학자들의 관심이 많은 것도 한의학연구원이 세계적 의학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원은 그간 축적된 자산을 바탕으로 한의대가 특화할 수 있도록 연구의 허브역할을 할 생각이다. 이는 연구와 교육, 산학 간 협동을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과도 궤를 같이 한다.

▲한의계를 구성하는 집단으로 대학, 병원, 임상가, 한의협, 공공분야가 있는데 상호 연계성 부족으로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의계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협회는 여러 가지 여건상 쉽지가 않고, 학회는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하는 반면 연구원은 국가기관이어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국가연구예산의 90%를 서울대가 가져가는 것만 봐도 국가기관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의계에서 그런 기능을 할 가장 가까운 곳이 한의학연구원일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된다. 한의학연구원의 기초연구와 정책연구, 국제화연구는 대학과 차별성을 가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대형프로젝트를 유치해 굵직한 연구를 우선할 생각이다.

▲연구원은 한의기술표준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연구센터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의학의) 산업화가 안 되면 유효성이 의심돼 박물관으로 사라질 우려가 있다. 산업화의 첫걸음이 바로 표준화다. 침의 규격, 약물의 효능검증, 의료기기의 모델 수립, 생활용품의 표준, 식물자원의 표준에 이르기까지 적용범위가 매우 넓다. 이중 약물의 효능을 검증할 경우 단일물질 한 가지 효과보다 약물의 멀티기능을 입증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의기술표준센터 설립과 관련된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올해 국회에서 확정되면 내년부터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이 진행될 것이다.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

=한방은 침과 약에 너무 의존한다. 이에 비해 양방은 검사만으로도 유지된다. 한의계도 약보다 처방과 검사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연구원은 수입의 손실을 보전할 예측·진단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불안감을 해소할 정책을 연구해 개원가를 뒷받침할 생각이다. 나아가서는 한의학의 유효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신뢰 향상의 지름길이라고 보아 표준화와 객관화 방안을 설정하고 산업화로 연결하고자 한다. 특히 한의학은 생명공학분야 중에서도 1·2·3차 산업이 모두 참여하는 경쟁력 있는 산업이므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제3의 의학으로 가는 길이 될 것으로 본다.

▲임기가 3년 남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아직 14살짜리 어린이에 불과해 여전히 성장을 위한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하고 싶은 연구를 하려면 적어도 몸집을 1000억원대로 키워야 한다.
다만 그 이전이라도 연구원은 연구와 인프라의 구축, 국제적 흐름의 파악과 한의학 알리기, 비효율적 문제의 개선을 통해 연구력을 증진시키고 궁극적으로 한의계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할 계획이다.

대담 =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편집국장
정리 =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