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제 불안 속에서도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리는 것을 보니 연말이 다가오긴 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12월에 들어서면서 올해도 달력 한 장 달랑 남아 버렸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연말 분위기가 많이 잦아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날씨도 반짝 추위 이후에는 별로 춥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경제 상황 때문에 다들 움츠리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집에서 가족들과 저렴하게 DVD를 보면서 뭔가 답답한 가슴이 팍 뚫리는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일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영화 개봉시 440만명을 동원하며 2008년 5월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을 7.7%로 만들어 버리는 데 일조를 했던 할리우드의 또 하나의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 영화 <아이언 맨>을 꼽을 수 있다.
세계 최강의 무기업체를 이끄는 CEO이자, 타고난 매력으로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억만장자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신이 개발한 신무기 발표를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가던 중 게릴라군의 갑작스런 공격에 의해 가슴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게릴라군에게 납치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에게 게릴라군은 자신들을 위한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라며 위협하지만 그는 게릴라군을 위한 무기 대신, 탈출을 위한 무기가 장착된 철갑수트를 몰래 만들고 탈출에 성공한다. 미국으로 돌아온 토니 스타크는 자신이 만든 무기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세상을 엄청난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기사업에서 손 뗄 것을 선언한다.
이전 슈퍼 히어로의 뒤를 잇는 ‘맨’ 시리즈 중에 하나인 <아이언 맨> 역시 마블 코믹스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그러나 아이언 맨이 여타의 ‘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초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슈퍼 히어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원래부터 남들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을 가진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인간을 살생하는 무기를 만들어 부를 축적하고, 방탕한 삶을 즐기는 안티 히어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오히려 이전의 비현실적인 영웅들의 이야기보다 우리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감정이입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시대가 불황의 시대이기 때문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채플린>으로 많이 알려진 배우였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캐스팅 되었을 때 많은 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훌륭하게 토니 스타크의 역할을 해냈으며, <인크레더블 헐크>에도 깜짝 출연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무기와 테러 등 국제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통해 슈퍼 히어로의 존재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아이언 맨>은 뛰어난 CG와 탄탄한 이야기로 흥미를 배가시키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준다. DVD로 다시 한 번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화려한 SF 액션을 동시에 즐겨보자.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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