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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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인도
  • 승인 2008.11.1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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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 속에 재탄생한 신윤복

학교 다닐 때 미술시간마다 외워야 했던 인물 중에 김홍도와 신윤복이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 그들에 대한 관심은 거기가 끝이었다. 물론 몇몇의 풍속도를 볼 때마다 김홍도 아니면 신윤복이 그렸겠지라는 생각을 할 뿐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얼마 전 모 기업의 광고 속에서 그들의 작품이 재미있게 변형되어 나타났고, <바람의 화원>이라는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급기야 TV 드라마까지 제작되었다. 그리고 곧 개봉될 영화 <미인도> 역시 신윤복과 김홍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정도로 현재는 김홍도와 신윤복이라는 두 화원들이 대중들의 관심선상에 놓여있는 인물들이 되었다.

또한 독특한 것은 드라마와 영화 모두 신윤복이라는 사람을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신윤복의 작품이 너무나 여성스러운 터치로 그려졌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놀랍게도 그에 대한 기록이 역사책에는 거의 나와 있지 않고, 그의 사망 시기까지 미상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 속에 새로운 인물로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가지게 되었다. 역사적 사실이 허구와 조화를 이루는 팩션(Fact+Fiction)의 형태로 재탄생한 신윤복의 이야기 <미인도>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며 어떤 작품이 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시킨다.

4대째 이어온 화원 가문의 막내딸이자 신묘한 그림솜씨로 오빠 신윤복에게 남몰래 대신 그림을 그려주던 7살 천재 윤정(김민선)은 어느 날 오빠의 자살로 인해 여자를 버리고 오빠 신윤복의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김영호)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 빼어난 그림 실력을 가졌던 윤복은 자유롭고 과감한 사랑을 그려 조선 최초의 에로티시즘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의 속화는 음란하고 저급하다는 질타와 시기를 받는다. 어느 날 윤복은 강무(김남길)를 만나게 되고 생애 처음 사랑의 감정에 빠진다.

신윤복이 여자라는 설정으로 인해 <미인도> 역시 드라마 <바람의 화원>처럼 이정명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미인도>는 소설이 나오기 전에 이미 시나리오를 쓴 작품으로 설정만 같을 뿐 전반적인 이야기 진행이 다르기에 신윤복의 역할을 맡은 문근영과 김민선의 연기 또한 사뭇 다르다. 또한 TV와 영화의 매체적인 차이로 인해 드라마에서는 개구쟁이 미소년 같은 느낌의 신윤복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영화는 좀 더 강도 높은 진한 애정씬을 중심으로 성인 관객들에게 농도 짙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TV 드라마보다 멜로씬을 더 강조하며 작년에 한국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이안 감독의 <색, 계>와 비슷한 애정씬 등을 선보인다. 하지만 눈은 즐거울지 몰라도 전반적인 이야기는 부족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과연 대중문화계의 ‘신윤복 신드롬’을 계속 이어나갈지, 아니면 <황진이>처럼 드라마에 완패하는 결과를 낳을지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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