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방암치료의 선구자 최원철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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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방암치료의 선구자 최원철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장
  • 승인 2008.11.0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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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것과 아닌 것 구분해야 한의학이 삽니다”

최원철(47)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장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다. 인천 광혜한방병원에서 암환자를 대상으로 연구 및 치료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2006년 암심포지엄을 통해 발표한 연구결과가 공개되자 그동안 암치료에서 거의 유일한 의료행위로 인정받아왔던 양의학계는 근거가 미약하다며 “사기”라고 들고 일어섰다.

그간 자비를 들여가며 노력해온 연구성과에 대해 박수를 받을 줄 알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한때 인터넷 등지에서 악의적인 비방이 넘쳐나고 안티팬이 생겨난 것이 억울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올해 3회째를 맞는 암심포지엄에서 만난 그는 과거처럼 전면에 나서는 호스트가 아닌, 조용히 뒤에서 스크린플레이를 하는 조력자로서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였다.

■ 심포지엄으로 “논란의 종지부 찍어”

이번 심포지엄의 추진위원장의 이름은 그가 아닌 또다른 통합암센터장인 어완규 교수다. 양의사인 그는 통합암센터 팀의 한방연구를 직접 지켜보면서 근거를 확인한 후 국내외 암관련 학자 및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상사례가 담긴 연구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최원철 센터장은 “1회 암심포지엄은 국내 의료진을 대상으로, 2회는 국외를 대상으로 했다면 3회는 한양방을 아우르는 국제 의료계를 대상으로 그 목적이 조금씩 달라졌다”면서 “처음에는 병원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던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대부분 우리의 연구를 믿고 있다”고 바뀐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성과에 대해 묻자 최 센터장은 “미국 NCI OCCAM (국립암연구소 보완대체의학)의 대표로서 참석한 제프리 박사를 비롯해 7개국 권위자들이 우리의 결과를 보고 놀라워하고 향후 협력을 제안한 점을 보면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다. 그런 점에서 그간 근거 부족이라며 폄하했던 논란들은 이제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통합암센터장으로서 근무한 3년의 기간동안 최 센터장의 머리는 허옇게 세고 한쪽 눈은 약해져 선글라스를 써야할 정도가 됐다.
“암을 연구하는 한의사로서 가장 전면에 섰기 때문에 제일 공격을 많이 받았죠. 힘들었지만 이곳에서 훌륭한 팀과 후배들을 만나게 된 것으로 그 대가를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 “내 재산은 새삶을 얻은 환자들”

연구팀 외에도 외롭게 걸어온 길 옆에는 예전부터 그를 응원해온 200명의 환자들이 있다. 광혜한방병원에서부터 무료진료를 받아온 말기암 환자들이다. 생존률도 희박하고 생존기간도 짧다고 양방에서 진단받은 이들이 aRVS(일명 넥시아) 를 비롯한 한방치료를 통해 지금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생명을 이어준 그를 열렬히 지지하던 환자들은 뜻을 이어받아 봉사단을 스스로 조직했다. 지금껏 15만건의 봉사활동을 해와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명을 10년간 무료진료를 해온 비용은 얼추 계산해봐도 어마어마할 것 같다. 그는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봉사단의 사진을 가리키면서 “저 사진이 내 재산”이라며 “돈을 버는 것보다 환자들이 지금껏 건강하게 살아와 한방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해주는 것이 의료인으로서 참 감사한 일”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환자들의 삶을 연장시켜주고, 고통을 덜어주었지만 결코 그는 한방으로 암을 완치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간 언론을 통해서 그가 양방으로 치료하지 못하는 암을 한방으로 다 고칠 수 있다고 호언한 것처럼 과장보도된 점에 대해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연구결과를 믿지 않는 이들은 한방의 효능을 모르는 것일 뿐이지 아닌 것, 즉 치료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둘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에서 연구성과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 암치료, 한·양방 상호보완해야

“양방과 경쟁체제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라며 상호보완적인 치료를 통해 환자가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지 영역다툼을 하고 있는 게 무슨 이득이 있겠냐며 결국, 진료의 질은 환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암치료는 미국의 의학이 거의 독보적이죠. 국내에서도 1, 2기(초기암) 환자는 양방치료가 생존률이 높아요. 암을 지금까지 연구해온 양방의 기술력은 인정해줘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다만 한방이든, 양방이든 암의 치료율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진료를 환자가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3, 4기까지 오게된 말기암 환자들 중 항암치료가 효과가 없는 환자는 한방의 치료를 통해 수명을 연장하고 더 나은 삶을 가능케하는, 즉 ‘Care’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의료인으로서 암 초기부터 치료를 시작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차례로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소모적인 논란을 줄이는 길이며 그 과정을 통해 치료효과를 높여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그를 지금껏 믿고 따라온 동서신의학병원, 나아가 한의계를 위한 길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의 논란으로 지친 기색도 보이는 그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aRVS 효능 사례를 본다면 이제는 더이상의 논란은 없을 것이지만 혹시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앞으로는 논문을 통해 서로의 연구성과를 비교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밝혔다. 혹 기회가 된다면 양방 암전문의와 함께 공개된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서로 토론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도 했다. 그간 양의학계에서 받은 의심과 오해를 속시원히 풀고싶다는 속내다.

■ 후배들이 한방암치료 세계화 이룰 것

최원철, 어완규 두 센터장의 진두지휘아래 암센터팀에는 3년여간 동고동락해온 11명의 한양방 의료진이 있다. SCI급 논문을 벌써 3편이나 내놓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연구팀을 자랑하던 최 센터장은 “내년부터 팀원들 중 3명을 미국의 선진의료환경에서 공부하고 올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후배들이 미국에서 더 많은 내용을 공부해오고 나면 국내에 돌아왔을 때쯤엔 한방 암치료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라면서 우리의 브랜드로 한의학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그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후배들이 돌아와 있을 때쯤엔 그 역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고 살짝 귀띔한다.
인터뷰가 끝난 후, 환자가 고마움의 선물로 보내온 귤을 웃으며 기자에게 건넸다. 그는 환자의 밝은 웃음을 찾아주는 데서 그간의 험난한 길에서 느꼈을 어려움을 훌훌 털어내는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민족의학신문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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