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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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 승인 2008.11.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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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에 대한 도발적인 재해석

2008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11월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을 하기 위해 타고 가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 역시 초록색에서 울긋불긋한 색들로 바뀌었고, 날씨도 쌀쌀해지는 것을 보니 11월이 맞긴 한데 가는 세월이 왜 이렇게 빠른지 모르겠다. 앞으로 남은 두 달 동안이라도 그동안 미뤄놨던 일들을 하나씩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때에 극장가에서는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하며 이슈의 중심에 선 영화 한 편이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며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그 영화는 바로 제목부터 꽤나 도발적인 <아내가 결혼했다>이다. 영화 제목을 듣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이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하지만 아쉽게도 별다른 고민 없이 제목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소심한 남자 덕훈(김주혁)은 매력 만점의 인아(손예진)을 짝사랑했지만 얘기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헤어졌다가 아주 우연히 지하철 안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축구를 좋아하는 두 사람은 축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을 키워나가게 된다. 하지만 덕훈은 술과 남자를 좋아하는 인아에 대해서 조급함을 느끼게 되고,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결혼하자고 하지만 인아는 덕훈에게 ‘그 만’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고 싶다고 얘기한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 인아는 덕훈에게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얘기한다.

2006년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박현욱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아내가 결혼했다>는 영화를 보기 전에는 손예진의 관능적인 모습을 기대시키다가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매우 진지한 토론꺼리를 제시하는 영화이다. 역시 우리 사회와 가족도 현대 사회의 물결 속에서 급속도로 변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지위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내의 두 번째 남편(주상욱)이 첫 번째 남편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장면은 마치 ‘일부다처제’ 시대의 첩들이 조강지처를 부르던 것과 똑같은 것으로 <아내가 결혼했다>는 ‘일처다부제’의 모습을 이렇게 희화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만약 나에게도 이러한 일들이 생긴다면 과연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아내가 결혼했다>는 유교적인 배경을 가진 관객들에게는 매우 불쾌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손예진의 매력적인 애교가 철철 넘치는 연기 변신과 소심남의 전형을 한 몸에 보여주는 김주혁의 연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나오지 않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생각 없이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지금껏 한국영화의 고질병이었던 감동 강박주의로 인한 자폭현상을 깔끔하게 없애고 아내의 이중 결혼 생활을 매우 쿨(cool)하게 마무리 시키고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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