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아침 뉴스를 통해 전날 미국의 다우지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거기다가 환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오르면서 한 번 올라간 물가는 떨어질 생각을 안 하고, 언감생심 해외여행에 대한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환율이 엄청 낮았던 작년에 그나마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다. 작년 2월 큰 맘 먹고 떠났던 ‘도쿄’. 서울과 매우 흡사한 도시였지만 필자에게 도쿄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아마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해 익숙해진 모습을 직접 봤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을 연출했던 레오 까락스 감독과 <수면의 과학>, <이터널 선샤인> 을 연출했던 미셸 공드리 감독, <살인의 추억>, <괴물>을 연출했던 우리나라의 봉준호 감독 등 공통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면서 파리와 뉴욕,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감독 3명은 도쿄에 대해 필자와는 사뭇 다른 생각을 한 듯 철저하게 이방인의 시각으로 도쿄를 바라보았다.
<광인(Merde)>-레오 까락스 감독 : 하수구에서 나온 남자가 도쿄 한복판에서 엽기적인 행동을 하면서 물의를 일으키고 체포된다. 하지만 그 남자는 재판소에서 괴상한 언어로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는다.
<아키라와 히로코(Interior Design)>-미셸 공드리 감독 : 홋카이도에서 영화작가를 꿈꾸는 애인을 따라 상경한 히로코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어느 날 ‘왜 나는 여기 있는 걸까?’라며 주변의 무관심 속에 외로움을 느끼다가 신체의 이상한 변화에 눈뜬다.
<흔들리는 도쿄(Shaking Tokyo)>-봉준호 감독 : 10년간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로 집안에 틀어박혀 있던 한 남자가 어느 날 피자 배달부 여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지진이 일어난다.
30분짜리 영화 3편이 연결되는 옴니버스 영화 <도쿄!>는 전반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바쁜 도시라는 외형적인 특징을 가진 도쿄를 미쳐가는 도시, 외로운 도시, 흔들리는 도시로 재조명하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판타지 요소를 섞어가면서 독특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특히 오랜만에 영화팬들을 만나는 레오 까락스와 드니 라방의 엽기적인 내용이 인상적인 <도쿄!>에서 도쿄라는 도시는 주인공이자 배경의 역할을 하면서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가을에 매우 독특한 도쿄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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