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정년 퇴임한 김경식 원광대 한의대 경혈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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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정년 퇴임한 김경식 원광대 한의대 경혈학 교수
  • 승인 2008.09.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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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현역 의료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진정한 한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실력에서 2~3번은 더 태어나야 가능합니다”

원광대 한의대 김경식 교수(68·사진)는 지난달 27일 공식적인 퇴임식을 가졌지만 여전히 원광대학교 한방병원 침구1과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오직 침과 학생밖에 몰랐던 인생에서 벗어나 남들처럼 오랜만에 찾아온 생활의 여유를 즐기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할 법도한데 환자를 만나는 진료실과 연구실이 그에게는 여전히 가장 편하고 친근한 공간이다.
목요일과 주말을 제외한 오전진료만 하고 있다는 김 교수는 환자를 진료할 때면 그 어느 때보다 원기왕성하고 정열적이다.

■ 환자에 대한 미안함·아쉬움 많아

의사로서의 보람보다는 환자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더 많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진정한 한의사가 되려면 지금의 실력에서 2~3번은 더 태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김 교수는 오전 진료가 끝나면 진료카드를 보며 그날의 진료상태를 확인하고 환자에게 더 좋은 진료법을 찾기 위해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에게 한의학이란 여전히 미개척의 학문이기에 더욱 연구해야 할 대상이다. 최근 양방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의학 검증논란에 대한 김 교수의 입장은 단호하다.

“한의학의 과학적 검증은 현대과학이 한의학의 본질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해석할 수준에 다다르지도 못했거니와 그 속에는 동양고유의 철학과 근거과학이 녹아들어 있기에 과학적 기법으로 한의학의 형이상학적 분야를 설명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에게 한의학이란 한의사로서의 자부심뿐만 아니라 의학자로서의 긍지와도 같은 것이었다.

■ 치료영역 확대와 치료율 향상이 관건

한의계에는 언제부턴가 ‘한의학의 위기설’이 대두되는 분위기다. 이 상황에서 원인을 규명하고 대안을 찾자는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김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의학자의 입장에서 ‘치료영역의 확대와 치료율의 향상 그리고 의학정보의 공유’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당시 대학을 졸업할 때만해도 황달, 홍역, 학질 등 대부분의 질병은 한의학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고 소비층도 두터웠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러한 질병들이 모두 양의학으로 넘어갔어요. 이는 결국 치료영역의 실패와 치료율의 경쟁에서 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의학자들이 새로운 치료법과 이론이 나올 때마다 공유에 힘쓰는 것처럼 우리 학의계도 지금보다 더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론 공유에도 힘썼으면 해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들의 병을 치료한다는 데 변함이 없기 때문이지요.”

■ 한의학 입문했으면 마음가짐부터 다져야

김 교수는 의사로서의 환자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교육자로서의 의무와 책임감도 커 한의학계 과제에 대해 묻는 질문이 학생들에 대한 당부의 말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오랜 교수생활의 경험에 의하면 훌륭하고 유능한 한의사가 될 재목은 단순히 성적으로 판가름되지 않는다고 한다.

단순한 암기력과 텍스트적 지식이 진정한 한의사의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강의 중에 느끼는 학생들의 학문적 열의, 환자에 대한 진지한 태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려는 마음가짐 등이 훌륭한 한의사의 필수덕목이라는 것이다.
그는 농담 삼아 새내기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던진다고 한다.

“여러분! 한의대 교육생활 6년 동안 고생해서 남은 60년을 편하게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6년을 편하게 살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60년을 힘겹게 사시겠습니까?”
한의사로 입문하기로 결심한 만큼 기본에 충실할 것과 한의사로 걸어가야 할 길이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을 선배 한의사로서 충고하곤 한다고 털어 놓는다.

■ 침법에 정도만이 있을 뿐 왕도란 없다

김 교수는 정경침법 임상 40년의 연구를 바탕으로 질병의 반응점을 신속하게 찾고 정경혈위의 기능을 증대시키는 등 침술학과 임상연구의 권위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학문적 견해와 이론을 설명하기보다는 그동안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느꼈던 침법의 원칙과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하다보면 항상 아쉬움만 남아요. 의술의 기본인 ‘환자들의 몸과 마음의 병을 어루만져 줄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곤 했지요. 다양한 침법이 나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병증과 환자가 병에 걸린 원인을 먼저 규명해 적절한 침술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침에는 왕도란 없고 오직 정도만이 있기 때문이지요”라고 말하면서 침법에 대한 연구와 함께 병증과 원인에 대한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 언제나 현역으로 남고 싶어

퇴임 후에도 환자를 돌보고 그들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김경식 교수. 언제나 현역으로 남아 환자를 돌보고 싶다는 그의 소망과 가끔은 가르치던 학생들이 보고싶어 술 한 잔 사주러 찾아가 제자들에 대한 변하지 않는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김 교수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의 퇴임 후의 생활은 언제나 현역의료인의 모습으로 남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이제 예전보다 더 자유롭고 즐겁게 의술을 펼치고 의학을 연구할 수 있게 된 이 의학자의 모습은 어느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한편 김 교수는 부인 현정자(67) 씨와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전북 익산 =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cjs5717@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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