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원스(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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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원스(Once)
  • 승인 2008.09.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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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사랑을 키워 나가는 남녀

작년 이맘 때 쯤 같이 일하는 후배들이 영화 한 편을 추천해 주었다. 그러나 제목도 들어본 적이 없고, 그 흔한 정보조차 알지 못하는 영화였기 때문에 그냥 지나갔었는데 그 후 여기저기서 그 영화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면서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본 적이 있다. 이렇게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강력 추천으로 영화를 본 경우가 별로 없는 필자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큰 기대를 갖고 본 영화가 바로 <원스>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남자(글렌 핸사드)와 거리에서 꽃을 파는 소녀(마케타 잉글로바)는 우연히 만나게 된다. 소녀는 남자의 노래를 들으며 그 노래 속에 숨겨진 사랑의 아픔을 한눈에 알아보게 된다. 남자는 자신의 음악을 응원해주는 소녀 덕에 용기를 얻게 되고, 런던에서의 오디션을 위해 앨범을 녹음하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은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앨범이 완성되는 만큼 서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원스>는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힘든 아일랜드 영화이자 2주 안에 촬영을 끝낸 초저예산영화이다. 그래서 영화의 촬영이나 편집은 여느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큰 무리일 정도로 매우 단조로운 영상을 보여주면서 자칫 현란한 영상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지루함을 선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포인트는 영상이 아니라 음악에 있다. 감독에서부터 배우까지 모두 인디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로 ‘때론 음악이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감독의 확신에서부터 이 영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의 반 이상이 대사보다는 음악이 주류를 이루면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특히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하지만 피아노를 살 돈이 없어 항상 피아노 가게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는 소녀가 남자와 함께 를 부르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이 영화의 정체성을 한 눈에 보여준다. 여타의 뮤지컬 영화나 음악 영화가 장면을 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음악을 끼워 넣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면 <원스>는 그냥 영화 그 자체가 음악이고, 음악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마치 영화 상영 시간 동안 콘서트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가진 것 없는 두 남녀가 오로지 음악 하나로 소통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가는 <원스>는 짧은 추석 연휴를 끝내고 서서히 다가오는 가을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마음에 오랜만에 잔잔한 감동을 채워줄 것이다. 물론 영화를 보는 시각의 차이로 누군가에게는 매우 지루하고 진부한 영화일 수도 있지만 최근 부쩍 TV에서 <원스>의 OST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1년 전 별다른 소문 없이 개봉되었다가 저예산영화로서는 꽤 많은 관객을 동원했던 <원스>의 저력을 느끼게 된다. 영화 감상 후 OST를 보너스로 들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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