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형상의학 강좌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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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형상의학 강좌⑦
  • 승인 2008.09.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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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1) ■

최근 서양의학에서는 의학의 연구와 진료, 예방과 재활 등 의학의 전 분야에 걸쳐 남녀의 성차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자 하는 새로운 개념의 의학 분야인 性認知醫學(Gender Specific Medicine)이 대두되고 있다. 性認知醫學은 1990년대 중반 Marianne J. Legato(콜롬비아대학 의대 교수)에 의해 창시되었다. 性認知醫學을 통해 서양의학은 개별ㆍ맞춤의학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앞으로 서양의학은 체질의학이 한의학의 전유물이 아니며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체질의학의 탄생을 강조하여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것이므로 이에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의계에서는 남녀의 차이점을 기반으로 한 임상보다는 체질적인 차이점을 기반으로 한 임상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芝山 先生은 『周易』과 『東醫寶鑑』에 나타난 男女觀을 바탕으로 남녀의 形象을 구체적으로 연구·제시하여 임상에 활용할 수 있게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한의계에서 남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특히 체질의학 속에서도 남녀의 차이를 접목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제 형상의학의 男女觀에 대해 살펴보자.
남녀를 구분하여 생리ㆍ병리를 설명하고 치료를 달리 하는 것은 『東醫寶鑑』의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身形·年老無子」에서는 여자는 7세, 남자는 8세를 주기로 생리 현상의 차이를 설명하였고, 「氣ㆍ用藥法」에서는 남녀 간의 다른 병리와 치법을 제시하였다. 또, 「虛勞ㆍ脈法」에서는 남녀의 맥의 차이를 구분하였고, 「癰疽ㆍ肺癰」에서는 남녀의 肺癰에 치료 예후가 다름을 밝혔다.

「婦人ㆍ婦人雜病」에서는 여자의 病이 남자의 病보다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밖에 「耳ㆍ耳聾」, 「乳ㆍ男女乳腎爲根本」, 「乳ㆍ男女乳疾不同」, 「毛髮ㆍ婦人無鬚」, 「辨證ㆍ男女病因」, 「診脈ㆍ老少男女異脈」, 「浮腫ㆍ可治不治證」, 「婦人ㆍ求嗣」, 「婦人ㆍ辨男女法」, 「婦人ㆍ脈法」, 「婦人ㆍ雙胎品胎」, 「小兒ㆍ臟腑生成」, 「小兒ㆍ搐搦瘈瘲輕重」, 「小兒ㆍ慢驚風」 등 여러 조문에서도 남녀의 차이점을 밝히고 있다.
이들 조문에서는 남녀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는 經帶胎産은 물론이고, 이외에도 다르게 나타나는 생리ㆍ병리의 발현상과 이에 따른 진단ㆍ치료의 차이를 말하고 있다.

남녀는 생식기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芝山 先生은 이러한 기준 외에 신체적 특징을 더하여 남녀를 구분하였다. 즉, 2차 성징으로 나타나는 수염, 생식기능, 體毛, 유방, 성음, 울대 등의 신체적 특징을 더하였다.
또 남자는 키가 크고 여자는 키가 작으며, 남자는 무겁고 여자는 가벼우며, 남자는 剛하고 여자는 柔하며, 남자는 피부가 검고 여자는 흰 편이며, 남자는 코가 발달하고 여자는 입이 발달했다는 등의 기준을 더하여 남녀를 구분하였다.

그런데 생식기를 기준으로 하면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는데 왜 이러한 방법을 택하게 되었을까 궁금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체는 남녀가 봉합되어 있다. 남자는 남자 속에 여자가 있고, 여자는 여자 속에 남자가 있으니……”라고 한 芝山 先生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즉, 純男純女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생식기는 남자이지만 신체적ㆍ심리적으로 여자의 특징을 갖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생식기는 여자인데 신체적ㆍ심리적으로 남자의 특징을 갖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식기만 가지고 이분법적으로 남녀를 구분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더 많은 변수를 도입하여 보다 정밀하게 남녀를 구분한 것이다. 이것은 서양과학에서 말하는 남녀호르몬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즉, 남녀 모두 남성호르몬은 물론 여성호르몬이 있는데, 남성호르몬의 영향이 많이 나타나는 사람은 남자, 여성호르몬의 영향이 많이 나타나는 사람은 여자로 본 것이다.

이와 같이 芝山 先生은 생식기만을 기준으로 한 절대적 개념의 남녀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 여러 변수를 도입한 상대적 개념의 남녀로 구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을까? 그 근거는 『周易』과 『東醫寶鑑』에서 말하는 ‘乾坤의 理’와 ‘坎離의 理’에서 찾을 수 있다.

■ 乾坤[天地]의 理

남녀의 생성원리에 대해 『周易·繫辭上傳』에서 “乾道成男, 坤道成女”라 하였다. 『周易傳義大全譯解』에서는 이에 대하여 “乾坤의 卦는 남녀를 뜻하는데, 남자는 乾卦로써 剛健과 動을 뜻한다. 또 乾은 陽의 성질을 대표하는 것으로 삼으며, 動은 휴식 없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여자는 坤卦로써 柔順을 뜻한다. 그리고 坤卦는 地道를 뜻하며 乾의 對로 이해된다.”고 하였다.

『東醫寶鑑』에서도 이러한 사상을 계승하고 있다. 「身形·先賢格言」, 「婦人·十月養胎」, 「婦人·雙胎品胎」 등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특히 「婦人·雙胎品胎」에서 “易曰, 乾道成男坤道成女, 夫乾坤陰陽之性情也. 左右陰陽之道路也. 男女陰陽之儀象也.”라고 하여 『周易』의 사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남녀는 乾坤의 이치로 생성된 것이며, 男健女順·男動女靜의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坎離[水火]의 理

『周易』과 『東醫寶鑑』에서는 남녀를 乾坤의 이치뿐만 아니라 坎離[水火]의 이치로도 파악하였다.
『周易·說卦傳』에서는 乾은 天이므로 父라 하고, 坤은 地이므로 母라고 하였다. 그리고 乾坤의 父母가 교합하여 二陰一陽인 辰坎艮은 남자, 二陽一陰인 巽離兌는 여자가 된다고 하였다. 특히 坎은 中男, 離는 中女가 되어 乾坤을 대표한다고 하였다.
이는 『東醫寶鑑·雜病篇·小兒門』에서 구체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小兒門·臟腑生成」에서 陰이 陽을 싼 것을 卦象으로 나타내면 坎卦가 되는데 坎卦는 二陰一陽으로 남자가 되고, 陽이 陰을 싼 것은 離卦가 되는데 離卦는 二陽一陰으로 여자가 된다고 하였다.

또한 芝山 先生은 “韓醫學은 變化하는 것을 眞理로 삼기 때문에 坎離의 理를 기틀로 한다.”고 하였다. 또, “남자는 體가 陰이기에 陽化되어 用은 陽이 되는 것이고, 여자는 體가 陽이기에 陰化되어 用은 陰이 되는 것이다.”라고 하여 남녀의 陰陽體用 관계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즉 남자는 陽이기에 陰으로 구성되고(二陰一陽, 괘! 坎卦, 水, 主陽客陰), 여자는 陰이기에 陽으로 구성되는(二陽一陰, 괘! 離卦, 火, 主陰客陽) 것이다.

이에 대해 『芝山先生臨床學特講Ⅴ』에서는 “남자는 水 즉 陰血을 體로 하기 때문에 체구가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크며 氣를 用事한다. 또한 여자는 火 즉 氣를 體로 하므로 체구가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陰血을 用事한다.”고 하여 남녀의 形象에 적용하였다.
이렇게 남녀는 乾坤의 父母로부터 생성되는데, 남자는 坎水卦, 여자는 離火卦로 된다. 즉 男子는 體陰用陽이 되고 女子는 體陽用陰이 된다.
다음 회에는 남녀의 특징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격주연재>

박준규
大韓形象醫學會 學術理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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