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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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바보
  • 승인 2008.09.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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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전해주는 순수한 사랑이야기

몇 년 전만 해도 1960년대 이후 ‘제2의 르네상스’라고 칭해지면서 한국영화의 전성기였다. 그로 인해 수없이 많은 자본들이 영화계에 들어왔고, 100편 이상의 영화들이 제작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에 부응하듯이 천만 관객이 본 영화들이 나오기도 했고, 박스오피스 순위에도 한국영화 일색일 정도였다. 하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고, 2008년은 한국영화의 침체기로 들어선 한 해였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영화 제작 편 수는 줄어들었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예전에 만들어 놨다가 상영되지 못했던 영화들이 하나 둘씩 개봉되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바보> 역시 전성기에 제작되어 제 때 개봉하지 못한 채 몇 년 묵혀 있다가 침체기에 빛을 본 작품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은 많았다. 그 이유는 인터넷 만화가인 강풀의 <바보>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이미 원작만화를 본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들은 만화에서 느꼈던 감정을 영화에서도 느끼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바보 승룡(차태현)은 동생 지인(박하선)의 학교 앞에서 토스트 가게를 운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매불망 10년 동안 기다리던 지호(하지원)가 돌아오자 매우 반가워한다. 지호는 피아노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갔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온 상황에서 초등학교 친구인 승룡과 상수(박희순)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 급격한 감정의 변화 없이 진행된다. 또한 괜히 멋 부리면서 현실적인 괴리감을 주는 배경이 아닌 우리네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동네를 배경으로 우리 주변에서 늘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영화 보는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바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코미디 영화 속의 뭔가 모자랐던 바보가 아니라 예전에 ‘바보’를 ‘바라보면 볼수록 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던 것처럼 바보 승룡이는 그런 모습으로 존재한다. 언제나 환한 그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원작만화를 보지 않아서 그 차이를 느낄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소개된 장면을 비교해 봤을 때 원작만화에 많이 충실한 작품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원작만화를 먼저 본 관객들의 경우 그 감동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하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탄탄한 줄거리 속에서 바보 승룡이와 지호뿐만 아니라 상수와 희영, 지인 등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다.

<동감>의 김정권 감독 작품으로 선선한 가을에 코 끝 찡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하얀 눈과 맛있는 승룡이 표 ‘바보 토스트’가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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