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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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
  • 승인 2008.09.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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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의학에 미치는 영향

전쟁이 의학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전쟁이 과학의 총화라는 사실에 있어 의학은 같은 궤를 갖는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고, 그러한 바탕은 얼마 전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서 있었던 전쟁에서도 우리는 TV를 통한 영상매체를 통해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러울 때마다 의학의 발전이 거듭되어 왔기 때문에 의학사는 전쟁사의 언저리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된다.

그러기에 초기 질환의 대처에 필수적인 서책이라 할 수 있는 장중경의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은 황건적의 난으로 후한(後漢)이 멸망하는 시기에 등장하였고, 중국 최고의 체계적인 의학론을 내세워 질병치료의 이론적 바탕을 마련한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들도 역시 거듭되는 전쟁으로 국가의 불안정이 지속되는 금(金)나라와 원(元)나라의 교체기에 등장하였다. 그러한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의학적 발전은 전쟁의 양상을 바꾸기도 하고 국가의 존망을 점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의학을 대표하는 여러 향약방(鄕藥方)이나 구급방(救急方)들도 여말선초(麗末鮮初)의 어지러운 시기에 발전하였으니,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을 위시한 『삼화자향약방(三和子鄕藥方)』, 그리고 이 『삼화자향약방(三和子鄕藥方)』의 간략함을 개편한 『향약간이방(鄕藥簡易方)』, 그리고 이들을 확충한 『향약제생집성방(鄕藥濟生集成方)』, 아울러 조선초기에 볼 수 있는 『향약채취월령(鄕藥採取月令)』이나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등이 그러한 예이다.

저자 김성남은 이 책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양은 과학기술의 개발과 응용에 있어서 서양에 뒤져 있는 것처럼 인식되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서유럽보다는 이슬람이, 그리고 동아시아가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데 있어 앞섰다는 사실이 많은 부분에서 드러나고 있다. 동아시아가 서유럽보다 앞서 있었던 것은 군사기술과 전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주장을 우리나라 전쟁사에 있어 자랑스럽게 피력할 수 있는 근거를 여러 군데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나 해상전투의 신기원을 이룬 고려 말의 대규모 왜군을 격퇴하였던 진포대첩(1380년)을 통해 그동안 육지전(陸地戰)의 연장선에 불과했던 해상전(海上戰)을 화약을 제조하고 화포를 만들어 이를 함선에 도입함으로써, 세계 전쟁사에 큰 획을 긋는 해상전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게 된 계기였고, 이는 함포를 이용한 서양의 최초의 대규모 해전인 레판토 전투(1571년)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화약의 등장은 장거리 공격을 가능하게 했고, 대량살상의 길을 열었으며, 이로써 전쟁은 비인간화되기 시작하였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가시거리 밖에서 적을 살상하는 일은 직접 무기를 들고 적을 죽이는 과정에서 느끼는 죄책감을 감소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값 1만 9천원>

김홍균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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