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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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8)
  • 승인 2008.09.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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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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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送穴과 受穴(2) ■

지난 글에서는 오수혈이 각 경맥 간의 經氣를 상호 연계, 소통시키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送穴과 受穴이 규정되는 방식을 살펴보았습니다.
送穴과 受穴의 배치를 통해 오수혈은 자기가 배속되어 있는 自經만이 아니라 他經에도 기능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되고 사암침법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암침법에서 많은 빈도로 운용되는 脾正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脾正格은 ‘少府, 大都 보; 大敦, 隱白 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脾가 土에 해당하므로 “虛則補其母”의 원칙에 입각하여 心經의 火穴인 少府와 자경인 脾經의 大都를 보하고, 土를 극하는 木을 제어하기 위해 肝經의 木穴인 大敦과 자경인 脾經의 隱白을 사하도록 구성된 것이 脾正格입니다.

이와 같이 脾正格은 기본적인 오행의 상생상극론에 입각하여 구성이 되었고 정격이 해당 경맥이나 장부의 기운을 보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脾虛에 대한 대처방으로 운용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脾正格의 구성을 送穴과 受穴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자면 우리는 脾正格이라는 치법이 지향하는 바와 임상상의 적용 범위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기본적으로 ‘益火生土’의 기전으로 脾의 기능을 강화시키기고 脾虛에서 기인한 제반 陰證의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를 送穴과 受穴의 배오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火의 주동경으로서 升散의 기능을 발휘하는 心經의 少府를 送穴로 삼아 脾經의 大都를 배오한다는 것은 氣의 상승을 총괄하는 ‘脾主升’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방식으로서 규정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脾의 升氣 작용에서 비롯되는 淸陽의 上達에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素問·陰陽應象大論』에서는 “淸陽出上竅, 濁陰出下竅”, “陰味出下竅, 陽氣出上竅”라 하여 淸陽이 상승하여 上竅에 이르러야 오관이 정상적 기능을 발휘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少府, 大都 보’의 배오는 두면부로 淸陽이 상승하지 못하고 발생하는 淸陽不達의 상황이나 그에서 비롯된 오관의 기능 이상을 다스리기 위해 운용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는 『素問·玉機眞藏論』에서 “其(脾)不及, 則令九竅不通, 名曰重强”이라 한 내용과도 상통합니다.

‘大敦, 隱白 사’의 배오는 肝木의 送穴인 大敦에 脾經의 隱白을 受穴로 삼은 것입니다. 이 배오는 결과적으로 肝-脾經 간의 연계고리를 약화시켜 肝氣의 橫逆에 의한 脾氣의 약화를 막고 肝脾不和의 상태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脾의 升氣 작용에 의해 條達之性을 지닌 肝氣가 상승, 운행하게 되어야 정상적 疏泄 작용이 발휘되므로 脾氣가 상승하지 못하면 肝鬱이 초래된다는 측면에서 大敦과 隱白의 배오는 開達之性을 지닌 肝의 疏泄之氣가 억눌린 상황을 개선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脾正格은 脾의 升氣 작용의 이상에서 비롯된 淸陽不達이나 下陷의 상황과 肝脾不和를 다스리는 데 주요한 작용을 발휘함을 알 수 있으며 脾正格이 막연히 脾虛에 적용된다는 도식적 이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脾虛의 상황이더라도 肝脾不和의 병기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며 오행의 상극 관계로 보더라도 木克土가 아닌 水侮土의 병기가 주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상황에서 大敦, 隱白을 사하는 脾正格의 원형을 그대로 운용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脾虛의 상황에서 水濕의 정류가 주가 되면 脾熱補에 해당하는 ‘少府, 大都 보; 陰谷, 陰陵泉 사’를 운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번에는 肺勝格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肺勝格은 ‘少府, 魚際 보; 陰谷, 尺澤 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少府, 魚際 보’는 脾正格에서처럼 心經의 火穴인 少府를 送穴로 삼아 肺經의 魚際를 受穴로 취하였습니다. 이는 脈을 통한 氣의 운행을 총체적으로 주관하는 肺와 혈행을 주관하는 心의 火穴을 배오한 것으로 心肺에서 발하는 宗氣의 운행을 고양시키는 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陰谷, 尺澤 사’는 腎水의 送穴인 陰谷에 尺澤을 受穴로 삼은 배오입니다. 陰谷은 특히 水의 운행을 총제적으로 주관하는 腎氣의 이상에서 유발된 水飮의 정류나 범람을 다스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陰谷을 腎水의 送穴로 삼아 다른 경맥의 水穴과 배오하여 이를 사법으로 운용하면 특정 경맥이 작용하는 영역으로 水飮이 범람하여 발생한 병증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결국 ‘陰谷, 尺澤 사’는 腎主水 기능의 부전과 肺의 宣發, 肅降 기능 이상으로 水飮이 上焦의 영역으로 범람하거나 정류한 상황을 다스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발휘함을 알 수 있습니다.

『靈樞·本藏』에서 “肺大則多飮, 善病胸痺·喉痺·逆氣”라 하였듯이 水飮의 정류는 肺實의 상황을 초래하게 되고 특히 흉격 상부에서 胸痺를 비롯한 다양한 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가장 적절한 치법이 肺勝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肺勝格은 단순히 肺實의 상황에 모두 적용되는 치법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최소한 水飮의 정류 소견이 있으며 이로 인해 肺의 宣發, 肅降 기능에 부하가 걸려 있는 상황이 肺勝格의 적응증이 되는 것입니다.

한편 ‘陰谷, 尺澤 사’의 배오는 다른 종류의 치법과도 병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心虛의 상황에 ‘大敦, 少衝 보; 陰谷, 少海 사’로 구성된 心正格을 운용할 때 水飮의 정류가 肺에 압박을 주어 氣短이나 호흡곤란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陰谷, 少海 사’를 ‘陰谷, 尺澤 사’로 치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편 肺勝格을 운용하면서도 肺實을 유발시킨 痰飮이 中焦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生痰之源인 脾를 다스리기 위해 ‘陰谷, 尺澤 사’ 대신 ‘陰陵泉, 尺澤 사’를 운용할 수도 있는 것이죠.

사암이 제시한 치법들에는 특정 정·승격을 기본 모델로 삼고서 送·受穴의 배오를 통해 다양한 변용방을 운용한 예가 많습니다.
이는 병증이 기본적으로 특정 장부나 경락의 허실 상황으로 규정될 수는 있으나 실제 발현되는 병증의 양상이나 그 병기는 획일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임상상을 정형화된 치법의 틀안에서만 대처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암치법이 보여주는 ‘隨證治之’의 방법이라 할 수 있겠지요. <격주연재>

김관우
전북 군산 청정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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