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사업자[者·家]와 전문직업인[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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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사업자[者·家]와 전문직업인[師]
  • 승인 2008.07.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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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집단이 있다. 다름 아닌 유사의료업자. 특히 대통령선거철만 되면 한 표가 아쉬운 후보자들에게 조직동원력이 있는 단체처럼 행세하고, 이어지는 국회의원 선거까지 여당중심으로 공략하면서 새 국회가 개원되면 법 제정을 추진하기도 한다. 보건의료분야의 정확한 법적, 사회적 실태를 미처 모르는 국회의원 한 사람이라도 그 집단에 우호적일 때 우리 한의사들은 힘겨운 수습을 반복하였다.

그래서 이번 한의사출신 국회의원 배출이 남다르다. 서울시한의사회장을 역임하셨던 윤석용 원장께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이제 법적 무지로 인한 돌발 사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벌써 국회에서 한의약산업과 R&D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걱정이 아니라 기대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기대와 동시에 지금은 한의사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한 ‘전문가집단’으로서의 우리를 되돌아보는 좋은 시점인 듯하다. 국회의원이 보는 전문가집단인 우리 한의사와 유사업자는 무엇이 달라 보일까? 국회의원들은 단순히 선거에 임박하여 수적으로 유리하면 무조건 그들 입장에 동조하는 것일까? 한의사출신 국회의원 한명 배출로 국회는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여러 가지 문제를 고민해야겠지만, 전문가집단과 관련된 사회적 변화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사(師 혹은 士)의 시대’가 지나고 ‘가(家)의 시대’가 온다고들 한다. ‘사’는 법적인 보호를 받는 동시에 의무와 책임이 있는 전문직업인이고, ‘가’는 법적 보호나 책임과 관계없이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직업으로 삼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사’는 천직이라 생각하며 사명감으로 임하는 직업인이지만, ‘가’는 스스로 좋아서 놀기 삼아하는 사람들이다. ‘가’와 달리 의료법을 교묘히 피하는 ‘유사의료업자’는 논외로 하고,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주변에는 놀기 삼아하면서 직업적 충돌을 야기하는 ‘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을 단순히 엄격한 법적 조처만으로 해결하기 전에 사회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각종 전문직업과 관련된 지식은 비밀스러운 정보가 아니며 실천에 따른 책임소재만 다를 뿐이다. 그리고 공개된 정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더 중요한 시대를 맞고 있다. 이 두 가지 측면은 ‘사’와 ‘가’의 구별점이자, ‘가’와는 다른 ‘사’로서의 책임과 사명이 연관되어 있다. 이제는 전문서적이 없어도 인터넷을 이용하면 각종 건강·질병·치료·예방에 관한 정보가 넘쳐나고, 스스로 할 수도 있고(DIY), 사이버상의 전문가와 상담이 가능하여 전문가 혼자만의 비법이 통하지 않는다. 동료평가(peer review)가 냉정하게 이루어지는 시대인 것이다. 그리고 정보량이 넘쳐나면서 자신에게 맞는 정보인지 판단은 더 어렵게 되었다. 이해관계를 떠나 정확하고 냉정한 판단이 가능할 때 정보가 자신에게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우리 주변의 ‘가’도 아닌 집단들은 우선 정보가 비밀스럽다. 그러므로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평가는 전문직업인인 우리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각종 업자[者·家]가 넘쳐나는 요즈음 전문직업인인 사(師)로서 먼저 봉사하고, 정보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제공할 때 한의‘사’가 ‘가’와 달리 존경받고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각종 시술이 난무할수록 전문직업인의 조언이 중요한 시대이며, 이러한 의무와 책임을 다할 때 한 표가 아니라 수많은 표를 움직이는 한의사가 되어 국회의원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전문직업인이 될 것이다. 국회의원을 배출한 우리 모두가 국회에서 봉사하는 국회의원처럼 마음을 다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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