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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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6)
  • 승인 2008.07.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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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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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암침법과 오수혈 ■

井滎輸經合으로 이어지는 오수혈의 구조는 원래 經氣의 흐름을 물의 흐름에 비유한 표현입니다. 이는 經氣가 오수혈을 통해 井滎輸經合의 배치 순서로 出, 溜, 注, 行, 入하게 된다는 말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현행의 오수혈 체계는 오행론적 사고가 개입되어 각각의 오수혈에 오행적 속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難經·63難』에서 언급한 “井者, 東方春也, 萬物始生”의 의의에 근거한 것으로서 春은 木으로서 始生之氣인데 사방 중에 동방이 始方이고 諸海之源은 泉(井)이므로 陰經의 井穴을 木에 배속합니다.

그리고서 井滎輸經合의 순서로 木生火(滎), 火生土(輸), 土生金(經), 金生水(合)의 상생 원리가 적용됩니다.
한편 동방의 상대방은 서방의 金이므로 陽經에서는 井穴을 金으로 삼고 역시 井滎輸經合의 순서로 金生水(滎), 水生木(輸), 木生火(經), 火生土(合)하는 상생 원리를 적용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井滎輸經合이라는 오수혈의 체계가 標本論에 입각하여 사지에서 체간부로 이어지는 경맥의 순행에 따른 經氣의 깊이나 작용을 표현하는 것일 뿐 그것이 오행적 속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中西匯通醫인 張山雷가 대표적인 경우로서 그는 오수혈에 오행적 속성을 연계시키는 것은 공리공담에 불과하다고 혹평하였습니다.
권순종 선생도 경락을 운용함에 중요한 것은 음양 분화 이전의 태극으로서의 氣를 조절해주는 것일 뿐 음양과 오행, 육기 등의 사변적 요소가 궁극적으로 침구학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동일 경맥 내에 배속된 오수혈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經氣를 조정하는 통로이므로 해당 경맥이나 장부의 병후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치 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병증의 상태나 정도에 따라 운용상 선택적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는 병증의 양태에 따라 그 淺深을 구분하여 오수혈을 임의적으로 운용하면 된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으며 그 활용은 주로 循經 취혈시의 주요 거점혈들로 집중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일부 수혈 주치에서 부각되는 특정 병증에 대한 특이성이 운용시 참고 대상이 되는 것이죠. 실제 『內經』의 체계에서도 원칙적으로 오행론에 입각한 오수혈의 개개적 차이는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오수혈의 오행적 속성에 입각하여 침을 운용하는 사암침법이나 동일 계열의 침법에 대해 비판적 시선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지요.

과연 오수혈이 오행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혈인지, 오수혈에의 오행의 배치가 단순한 상징적 의미에 지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있고 엄밀한 의미에서 실증적 검증이라는 접근이 어렵습니다.
일단 사암침법의 기본을 구성하는 정격과 승격의 체계가 『難經』에 입각한 오행의 상생·상극론에 입각하여 이루어졌고 寒補나 熱補의 경우 오행적 속성상 水와 火에 해당하는 혈들만의 보사를 통해 구성되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사암침법은 오수혈과 오행론의 연계성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암이 제시한 치법의 상당수는 일반적인 오행의 상생·상극론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오행론과는 별개의 체계에서 운용한 변용 치법들도 많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암이 실제 오행론을 기계적으로 침법에 적용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肺欬의 치법으로 ‘天突;經渠, 陰谷 보;尺澤, 陰陵泉 사’가 제시되었는데 이 치법에서는 오행상 동일 속성의 水穴인 陰谷과 尺澤, 陰陵泉의 보사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水飮의 과잉이나 범람에서 유발되는 병증에 陰經의 水穴들을 사하는 방법을 운용하는 것과는 다른 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기 치법은 腎正格과 肺勝格의 병용 치법입니다.

원래 腎正格은 金生水의 기전에 의해 經渠와 復溜를 보하지만 이 경우는 復溜 대신 陰谷을 취한 것입니다. 즉 肺金과 腎水의 送穴을 배합하여 氣의 하강을 유도하여 腎의 納氣 작용을 강화시키고자 한 것입니다.
그리고 원래 肺勝格은 陰谷과 尺澤을 사하지만 이 경우는 陰谷 대신 陰陵泉을 취하고서 ‘尺澤, 陰陵泉 사’의 배오를 이룸으로써 生痰之源인 脾와 貯痰之器인 肺를 다스리고 痰飮을 구축하고자 한 것입니다.

만일 상기 치법에 오행론을 기계적으로 적용시킨다면 金生水를 해야 하는 시점에 水穴을 사한다는 모순이 발생하고 마는 것이죠. 실제 사암이 제시한 치법들의 상당수는 이런 식으로 병증의 병기에 관련되는 장부 간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고려하여 정·승격을 변용 또는 병용함으로써 기계적인 오행론의 틀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喜氣가 지나쳐서 발생한 氣緩의 병증의 치법으로 ‘太白 溫;三里 凉’이 제시되었는데 여기서 溫은 補, 凉은 瀉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太白과 三里는 모두 土穴인데 하나는 보하고 하나는 사했습니다. 이 치법은 中氣의 운화를 통해 氣機승강을 주관하는 脾經과 胃經을 동시에 다스리고자 한 치법입니다.
즉 過喜의 상태에서 氣緩하게 되면 陽神은 浮越하고 陰精은 下脫하는 上實下虛의 양상이 초래되므로 陰經인 脾經은 보하고 陽經인 胃經은 사하여 陽神의 浮越을 다스리고 氣機승강을 정상화하고자 한 사암의 뛰어난 혜안이 돋보이는 치법입니다.
이를 위해 脾胃의 오행 속성과 일치하는 太白과 三里를 취한 것일 뿐 더 이상의 상생상극론이 적용될 여지는 없습니다. (이 부분은 글쓴이의 해석입니다.)

이외에도 오행론의 도식적 틀을 벗어난 치법들은 매우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암은 오행론을 기계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각각의 병증에 대해 병기에 입각한 적절 모델을 구성하고 적절한 변통을 허용하는 치법을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상과 이론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 고찰이 필요합니다. 이는 특히 한의학에서 수용하는 음양오행론이라는 것이 자연계나 인체에서 발현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적 개념인지, 理라고 하는 자연계의 추상적 질서의 실제를 총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이론 체계인지 대한 논의로까지 확대될 문제일 것입니다.

여기서 이에 대한 원론적 논의를 진행할 수는 없지만 음양오행론에 대한 입장차와 정도적 수용 여부가 실제 사암침법의 체계를 수용하는 측면에서 상당한 해석적 차이를 만들게 됩니다.
일단 글쓴이는 전자의 입장을 취한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격주연재〉

김관우
전북 군산 청정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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