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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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승인 2008.07.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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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들의 만주에서 지도 찾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2008년 5월 칸느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기의 한국영화를 살릴 확실한 기대작으로 영화계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관객들에게 점쳐져 왔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기자 시사회에는 시작 1~2시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고, 입장도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수두룩할 정도로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이끌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영화감독 중에 몇 안 되는 스타일리쉬한 감독인 김지운 감독과 더 말할 나위 없는 배우 송강호를 비롯한 한류스타 이병헌, 정우성이 함께한다는 것 자체로도 촬영 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놈놈놈〉은 170억원이라는 제작비와 웨스턴 장르라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르에 걸맞게 이전 한국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스펙터클한 영상을 한껏 보여주고 있다.

‘나쁜 놈’ 박창이(이병헌)는 김판주로부터 지도를 일본인에게 전달한 후에 다시 뺏어 오라는 명을 받는다. ‘이상한 놈’ 윤태구(송강호)는 열차 안에서 강도짓을 하다가 우연찮게 지도를 얻게 되고, 현상수배범들을 찾아 잡으며 현상금을 받는 ‘좋은 놈’ 박도원(정우성)은 박창이를 잡기 위해 열차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결국 지도는 윤태구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서 박창이는 지도를 찾기 위해, 박도원은 박창이와 윤태구를 잡기 위해 놈놈놈들의 서로 얽히고 얽힌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 작품들을 모태로 해서 시작된 〈놈놈놈〉은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우리 식의 일명 ‘김치 웨스턴’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당시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약간이나마 시대적인 아픔이 등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영화에 그런 것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어느 노랫말에도 있듯이 ‘광활한 만주벌판’에서 말 타고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은 우리 영화사에 길이 남을만한 명장면이며, 관객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 외에도 아날로그 액션을 표방하며 CG와 대역 없이 촬영한 장면들은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고생 참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가서 먹을 것들을 많이 먹었지만 먹고 난 뒤에 무엇을 먹었는지 생각이 안 나는 것처럼 〈놈놈놈〉을 보고 난 후에 필자의 머리 속에 기억 되는 것은 경쾌한 음악 정도에 불과하다.

즉 볼거리에 치중한 오락 영화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욕심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드라마를 놓치다보니 놈놈놈들이 2시간 19분 동안 지도 한 장 때문에 악다구니하는 모습에 집중하기 좀 힘든 부분이 있다. 물론 세 명의 톱배우들은 세 놈의 캐릭터를 아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지만 그 세 놈들이 더 재미있게 어울릴 수 있는 이야기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과연 〈놈놈놈〉이 위기의 한국 영화를 살릴 수 있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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