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80] 常目在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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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80] 常目在誌
  • 승인 2008.07.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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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 살펴야할 醫家의 要訣

책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이 책의 이름에는 은유적인 어법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常目’은 글자 그대로 늘 눈을 붙여두어야 한다는 말인데 ‘必備書’로서의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불분권 1책으로 된 이 책은 필사본으로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서발 또한 붙어 있지 않아 책의 내력을 알아보긴 어렵다. 하지만 표지에는 서명과 함께 ‘醫家要訣’이란 부제가 달려 있어 이 책이 의원들이 반드시 구비하고 늘 익숙하게 알아야할 내용들을 모아 놓은 편람과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여 진다.

전반적인 책의 겉모양은 다소 크기가 큰 판형에 전형적인 조선 책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속표지와 뒤표지의 배면에는 같은 이름의 제목 옆에 ‘庚子八月日’이라고 필사 시기가 적혀 있고 바로 밑에 멋들어진 手決이 그려져 있다.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매우 소중하게 여겼던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본문의 마지막 장에는 여백 면에 ‘神農遺業/扁鵲制方’이라고 큰 글씨로 쓴 휘호가 두 줄로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약방을 열고 의업에 종사하던 이가 소장하던 책이 분명해 보인다. 책의 형태나 지질로 보아 적어도 100년은 넘어 보이는데 아마도 1840년경에 작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본문에 앞서 ‘常目在誌目錄’이 달려있는데, 身形, 精, 氣, 神으로 시작해 동의보감의 편제를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그다음에 癲癎이 배치되어 있고 혈문과 몽문, 성음 등은 외형과 함께 섞여 있고 잡병과 외감, 내상편이 여기저기 散在되어 있어 일정한 체계를 갖추어 집필한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후반부에는 諸瘡, 諸傷 다음에 急救方, 怪疾部가 있고 부인문과 소아문 다음에 다시 오장편이 차례로 이어져 다소 무질서해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은 別方類를 배치해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고 빠트린 내용을 별도로 추록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보면 이론과 병증은 매우 간략하게 축약되어 있고 각 병증문별로 가장 긴요한 처방만을 가려 모아놓은 형태이다. 방제 또한 문별로 분량이 일정하지 않아 전혀 의도적으로 조절하지 않고서 다만 경험지식에 의거하여 선별했던 것으로 보여 진다.
온역조에는 본문과 별도로 이런 주석이 달려 있다. “春分後夏至前, 此症行之, 故曰 ― ―” 즉, 봄볕이 따뜻해지는 춘분 무렵부터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오기 전까지 이 병증이 유행하기 때문에 ‘온역’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神解散, 柴麻湯, 십신탕, 향소산, 강황환, 삼황탕, 시호탕을 들어 놓았다.

곽난조에는 침법이 특기되어 있는데, 十宣穴, 八邪, 합곡, 태충, 공손을 쓰고 吐瀉에는 공손, 내관, 사관, 삼리를 쓴다고 하였다. 또 胸腹痛急方에는 좌우 무명지 爪甲根 아래 침을 놓으면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아울러 黑砂腹痛이란 병증명이 보이는데, 두통, 發背强, 不能睡臥에는 百勞, 天府, 위중, 십선을 쓴다 하였고, 발한, 구건, 오한, 사지궐랭증이 있을 때에는 위중, 잔중, 백회, 단전, 대돈혈을 쓴다하였으니 이것이 우리가 전해들은 흑사병에 관한 치료경험을 담은 것인지 아니면 이와 유사한 다른 어떤 유행성 전염질환을 말하는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또한 가장 재미난 부분은 본문 마지막에 실린 별방류에 적혀 있는 내용인데, ‘經驗神效方’이란 제목 아래 ‘草澗亭李藥局和劑’란 부제가 달려 있다.
지금으로선 초간정 이약국이 어디의 누구인지 알긴 어렵지만 이 역시 당대 이 책의 작성자와 동료 의식을 갖고 있었던 인물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여기에는 加味煖肝煎, 가감현호색산, 가감오적산, 가미사역탕, 가미취향산, 삼령백출산, 백출침향산, 가미침향산, 가미성자산 등으로 대개 기성방제에 다른 약재를 가감하여 운용한 경험비방류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아무튼 19세기 조선후기 임상의학의 일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의서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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