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주 칼럼] 아고라에서 배우자
상태바
[윤영주 칼럼] 아고라에서 배우자
  • 승인 2008.07.11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 참여와 소통, 집단지성의 힘 -

촛불집회가 계속 되면서 시청 앞 광장만큼이나 유명해진 인터넷 광장 아고라를 얼마 전부터 종종 방문하게 되었다. 놀랐고, 빠져들었고,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우선 그곳은 상상력과 열정이 넘치는 소통의 광장이었다. 축제 같은 집회는 거리에서만이 아니라 그곳에서도 이어졌다. 포복절도할 재치와 자기희생의 비장함이 어색하지 않게 공존했고, 무한한 재기발랄에 감탄하고 때로 눈물 흘리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중독성마저 있었다.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 없어도 집단의 지혜의 힘은 놀라웠다. 그 힘은 일견 무질서해 보이고 막말이 난무하기도 하는 상황들을 자정해 내었고, 격렬한 토론 속에 순리에 맞는, 다수가 승복하는 결론과 실천방안을 도출해내며, 소고기 문제에서 시작된 의제를 한 단계씩 더 발전시켜 나갔다. 어떤 이는 여기에 ‘생산적인 논의가 확산되고 상호 성장하는 온라인 학습공동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제 ‘집단지성’이라는 사회학 용어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말만이 아니라 실천을 함께 하는 참여의 광장이라는 점이 그곳을 집회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만든 가장 큰 힘이었을 것이다. 집회 시 다양한 자원봉사, 십시일반 성금내기, 왜곡된 언론에 대한 불매, 항의는 그곳 사람들의 의무이다. 매일 ‘숙제’를 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창조적인 방법을 생각해 내고 실천한 사람들에게는 또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가 쏟아진다. 그들의 글들을 보기만 하고 가끔씩 추천을 클릭할 뿐 항의전화 같은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자신을 한 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정당이든 조직이든 국민의 뜻을 수렴하여 정치를 바꿀 수 있는 대안세력이 부재한 것은 분명 촛불의 한계, 아고라의 한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지만, 촛불과 광장만으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라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두 달 전에 지금을 예측할 수 없었듯이 미래가 어떻게 역동적으로 전개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 귀결이 어떠할지라도 현재 이곳에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의계에도 아고라가 있었으면 좋겠다. 디지털과 인터넷 혁명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정보 공유, 협력, 집단행동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협회에서는 AKOM 통신망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성과는 크지 않은 듯하다. 하니마당이 아고라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좀 더 활성화되어 있는 청빈협도 좋고, 이곳 민족의학신문이든, 또 다른 곳이라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한의사가 5천명은 넘을 텐데, 왜 하니마당이 활성화 되지 않을까? 개별 한의원의 홈페이지는 잘 관리되는데, 왜 블로그나 다른 인터넷 매체에서 한의학을 바로 알리는 글을 찾아보기 힘들까?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아집을 버리고 소통하여 더욱 지혜로운 실천까지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런 문제조차도 광장에서 먼저 풀어야 할 것 같다.

오전 진료를 시작하기 전 컴퓨터 앞에 앉아 한의 아고라부터 들어간다. 한의학 비방 보도를 한 언론에 항의 전화 한통이라는 오늘의 숙제를 확인하고 번호를 누른다. 짬짬이 환자 증례방에서 한 수 배우고, 부산 한의전교과과정에 관한 열띤 토론마당에 글을 올린다. 협회 홍보국에서 제공한 한방건강관리서비스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리고 의료상담 사이트들에도 퍼 나른다…. 그런 진료실의 하루를 꿈꿔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