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9주년기념 특별인터뷰] 이원철 부산대한의전 초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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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9주년기념 특별인터뷰] 이원철 부산대한의전 초대원장
  • 승인 2008.07.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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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놓고 연구할 필드를 만들어주는 게 내 일”

국립대에 한의대가 설립돼야 한다는 한의계의 염원으로 설립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은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설립 5개월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안정되어가고 있다.
한의계는 벌써부터 미래 한의학 교육의 산실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듯 한의계의 관심이 남다르다. 한의전이 한의계의 주목을 받는 데에는 이원철 초대 원장(53)이 있다. 그를 통해 한의전이 처한 현실과 한의전의 미래비전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이원철 부산대 한의전 초대 원장이 부임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 그간 이 원장은 한의전의 밑그림을 그리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한편으론 교육체계를 새로 짜고 다른 한편으로 교수 충원 계획을 짜느라고 정신없다. 그런 그가 신설 한의전에서 일하며 느낀 점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가 한의전 원장으로 부임해서 처음 느낀 점은 기초와 임상 간의 벽이었다고 한다. 기초는 임상을, 임상은 기초를 문제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벽이 한의전만이 아니라 의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기초와 임상을 가르는 벽 느껴”

이 원장은 이런 원인이 기초와 임상 간에 만남의 장이 없어서 그렇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젊은 교수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기초교수에게는 임상의 근거가 없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기초에서 흡수해서 연구하고 검증해서 논문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임상교수에게는 실험하고 통계내서 정책에 반영해보자고 설득했다.
젊은 교수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 원장은 또한 교실제의 병폐 같은 것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교실을 통해 자기의 성을 쌓고, 젊은 교수에 기회를 주지 않는가 하면 젊은 교수도 묻어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대학은 일반적 지식이나 연구방법론을 가르칠 뿐 고도의 자질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교수는 무엇을 연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수들에게 백화점식 끼워 맞추기보다 “평생 뭘 연구할 것인지를 표현하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평생 연구할 테마를 교수실 문 앞에 써 붙이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이것은 부산대 한의전이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연구테마를 보고 인력을 양성하자는 취지에서다.

“수업을 하다 보면 주입식 교육밖에 안 돼요. 새로운 사람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대학의 체계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 대학과 다를 바 없지요.”
질병을 매개로 한 다학제간 연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고민도 많다. 이 점에서 그는 기초교수와 임상한의사, 기초과학전공자가 함께 쓰는 논문이 필요하고, 다학제간 연구의 전제가 되는 교수 간 상호 대화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 “싱크탱크 구성 위해 설득할 것”

무엇보다 그가 신경 쓰는 분야는 교수요원의 양성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의전 T. O.는 올 25명, 내년 25명 총 50명이다. 학생 4명당 1명의 교수를 충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안으로 15명을 선발해야 한다. 그런데 한의사출신의 지원율이 떨어지고 그나마 지원하는 사람도 갓 졸업한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고민이다. 이 문제로 그는 대학에 메일을 보내 호소도 해보지만 신통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그렇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고 7월부터 싱크탱크 구성을 목표로 백방으로 뛸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급적이면 수련의를 갓 마친 사람보다 40, 50대의 원숙한 교수요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인터뷰 직후 한약복합제제 전문가와 만나기로 한 것도 그런 구상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부산대 한의전의 발전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보는 그는 한의전이 무궁무진한 연구필드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가와 국민, 세계의료시장의 능력, 200명을 넘긴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직원이 그 근거다. 국가는 이미 한의학을 존중해줬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의전 원장으로 갈 생각을 굳혔던 것도 중풍치료기술을 세팅해준 국가의 태도를 읽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부산대 당국의 관심도 정부 못지않다고 한다. 부산대 총장은 항상 뭘 도와줄까 고민해 자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국가가 한의학 연구를 무조건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한의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관심과 지원규모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의계는 일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개인은 조직적 훈련경험을 쌓고 그룹화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령 한방병원이라 해도 원장 1인에 의존하는 병원으로 머물기보다 진료패턴을 만들어내는 병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 “절대 긍정의 자세로 일하겠다”

존경하는 교수로 유기원 전 경희대 교수를 꼽은 이 원장은 젊은 교수들이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나이 든 교수들이 학회에 많이 참석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무상 씨의 저서 ‘의과대학학장과 리더십’을 읽고 감명 받았다는 이 원장은 “원장은 명예직도 관리직도 아니며 오로지 길을 닦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임기동안 절대 긍정으로 자기 암시를 하겠다”는 말로 철학의 일단을 드러냈다
평소 의사결정이 신속하기로 유명한 그는 한번 결정했으면 주저하지 않고 실행에 옮긴다. 주위의 인사들로부터 친화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의대에 가지 않았으면 수의대에 갔을지 모를 정도로 동물을 무척 좋아한다는 이 원장은 셀티종 개인 ‘포틀랜드 쉽덕’을 기르는 재미로 낙을 삼는다.
이 원장은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과 대한한의학회장,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장 겸 의료부원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대한중풍학회장을 맡고 있다.
부인 김정애(53) 씨와의 슬하에 미술을 전공하는 딸 영주(29)와 수의외과를 전공하는 아들 경필(26)을 두고 있다.

부산 =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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