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9주년기념 특별인터뷰] 김병운 전 경희대 한의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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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9주년기념 특별인터뷰] 김병운 전 경희대 한의대 학장
  • 승인 2008.07.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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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검증·공유가 우리의 갈 길”
“기성처방서 맹신하지 말라”

한의사 수의 증가에 비해 한방의료 수요는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터져 나오는 한약재와 관련한 좋지 못한 보도는 한의계를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있다. 한의계의 원로이며 많은 한의사들을 직접 가르친 肝박사, 김병운 전 경희대 한의대 학장(서울 서초구 유성당한의원)을 만나 한의학 생존처방을 들어봤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하고 있는 김병운 전 학장의 한의원은 언제나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경희대 한방병원에서 간계내과를 담당하며 쌓아놓은 인맥도 있겠지만 뚜렷한 질병치료 결과를 내 놓지 못했다면 개원한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환자들이 이만큼 몰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의학이 얼마나 위대하고, 무서운지 아십니까. 원리만 알고, 원칙만 따르면 난치성이라고 하는 질병들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어요.” 김 전 학장은 한의학의 경쟁력을 자신했다. 국제화 시대에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산업으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진단’과 ‘약’이 문제

김 전 학장은 현 한의의료의 문제로 ‘진단’과 ‘약’ 두 가지를 꼽았다.
동일한 환자를 두고 ‘風’, ‘化’, ‘痰’이라고 각자 다르게 진단을 내리고 처치를 하는 상황에서는 신뢰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한의사는 ‘症’을 보고 진료를 하지만 환자는 ‘병명’을 가지고 한의사와 마주한다. 과거에는 질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전적으로 의료인을 의지했지만 현재는 인터넷 등을 통해 학습을 마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를 감시하는 수준에까지 와 있기 때문에 서로의 언어가 다른 상태에서 원활한 진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현재 당신의 간기능수치는 얼마이고, 한약을 먹으면서 어떻게 변화됐나를 보여 줘야 합니다.” 한의학이 어떻게 나가야 할지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김 전 학장은 1968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한 후 7년간 개원의 생활을 하는 동안 어떤 병이라도 다 고칠 수 있다고 자신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이 생각은 운계 김정제 선생(경희대 초대학장)과의 인연으로 대학에 들어간 후 무너져버렸다는 것이다.
한의원을 운영했을 때는 약을 지어간 환자가 연락이 없으면 당연히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환자를 관리하다보니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 시호·인진 네 돈 넣어야 약효 나타나

김 전 학장은 현 한의계의 문제로 한의사들이 기성 한의서를 너무 맹신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질병의 치료과정을 직접 보기 어려워 처방한 약의 적정성을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병원 재직시절 입원환자들이 감기에 걸려 인삼패독산을 처방했으나 좀처럼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경험을 이야기 한다. 고민 끝에 시호를 네 돈 투약했더니 두시간만에 열이 내렸다는 것이다. 아스피린 한 알을 먹으면 4시간 효과가 있다고, 반을 먹으면 2시간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한약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김 전 학장이 경희대 재직시 개발해낸 生肝健脾湯 역시 같은 경우다. 인진은 간약으로 여러 가지 처방에 응용된다. 그러나 정작 환자에게 투약해가며 간기능 수치를 검사해보니 뚜렷한 차이를 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인진의 양을 대폭 늘린 결과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김 전 학장은 “生肝健脾湯은 이미 수천 건의 임상사례를 통해 효능이 확인됐다”며 “처방을 검증하고, 공유하는 길이 한의계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 무궁무진한 한방의 경쟁력

양방에서 고칠 수 있는 병은 한방이 경쟁하기 어렵다는 게 김 전 학장의 생각이다. 비용 등 시스템 측면에서 한방이 따라가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게임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이 고통 받고 있는 만성질병 중 양방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시피하다고 김 전 학장은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학은 양방에 비해 훨씬 경쟁력이 높고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전 학장의 확고한 신념이다. 다만 인삼패독산에 시호나, 생간건비탕에 인진을 네 돈씩이나 넣듯이 기성한약서에 수재된 처방의 한약재를 다시 한 번 검증해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드는데 한의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게 김 전 학장의 믿음이자 한의계에 주는 생존처방이었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 김병운 원장의 生肝健脾湯 □

인진15g 택사15g 백출7.5g 산사육7.5g 맥아7.5g 진피3.75g 백복령3.75g 저령3.75g 후박3.75g 곽향3g 라복자3g 지실3g 삼능3g 봉출3g 청피3g 목향3g 사인3g 감초3g 생강3g
生肝健脾湯은 급·만성간염, 간경변증, 담도 및 담낭질환과 간기능 회복을 목표로 하여 사용하는 처방으로 본방의 구성약물이 가지는 효능을 분석하면 담즙분비를 촉진하여 습열을 제거하고, 이뇨 건비 안위를 도모하여 간의 생리기능을 평형케 하므로 일반적 간질환에 광범위하게 응용되는 처방이다.
특히 君藥인 茵蔯은 大觀本草에서 그 味가 苦平하고 微寒 無毒하며 風濕寒熱과 熱結黃疸을 主治한다 했으며, 久服하면 輕身 益氣 耐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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