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승 칼럼] 대체의학과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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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승 칼럼] 대체의학과 한의학
  • 승인 2008.07.0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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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이라는 용어는 1980년대 말 미국과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이후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치료와 예방의 범위와 관련하여 주류의 의료체제를 보충한다는 의미에서 보완의학(complementary medicine)이라는 말도 생겨나게 되었고 이 둘을 결합하여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CAM)이라는 말로 통용되었다.

주류의 양의전통에서는 보완이라는 의미가 더 강조되어 나타나 있는 반면 2002년 SCI에 등재된 학술지의 이름을 예로 들어보면 ‘대체보완의학 학술지(Journal of Alternative Medicine and Complementary)’로 보완의학보다는 대체의학에 더 강조를 두는 입장도 있다. WHO에서는 ‘전통의학(Traditional Medicine)’과 ‘보완대체의학’이라는 용어를 각각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말로 기술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등에서는 전통의학이 훨씬 더 많이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보완대체의학이 선진국에서 사용되는 의미와는 뉘앙스에 차이가 있다.

보완대체의학의 발전은 미국이나 유럽에 있는 의과대학의 교과과정에 잘 반영되어 있다. 유럽 국가들의 의대에서 대체의학을 가르치는 비율을 보면 표본조사대상 141개 대학 중 응답한 107개교의 43%가 비정통적 의학을 가르치는 것으로 나타났다(Barberis, 2001). 또 2000-2001년 조사에서 미국의 의대에서 보완대체의학을 91개교가 필수로, 64개교가 선택으로, 32개가 선택의 일부로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WHCCAM, 2002).

이처럼 보완대체의학은 우리의 현실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국내의 양방 의료계에서도 이에 대한 수용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문제는 그 범위가 한의학과 겹친다는 것이다. 서구에서의 대체의학은 한의학을 포함하므로 양의계의 주장은 근거중심적으로 입증된 한의학도 그들의 보완대체의학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이고, 반면 한의계 주장은 한국에서 보완대체요법은 대부분 한의학에서 시행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무시할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딴소리 하냐는 것이다.

이처럼 보완대체의학의 소용돌이는 우리 한의계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피해나갈 수 없는 큰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가 아무리 보완대체의학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해도 어쩔 수 없이 이와 맞물린 정책이 시행되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이웃인 중국은 중의학을 오히려 보완대체의학의 큰 주축으로 삼고 우리가 없으면 너희가 얘기하는 보완대체의학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큰소리치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양의계에서 보완대체의학을 주도하려는 입장과는 판이하게 다르며 이는 당연히 중의사가 중심이 되어 세계 보완대체의학계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한의계에서 연구방법론상 보완대체의학의 방법들을 많이 채택하고 또 이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주체의식 없이 가다가는 서양의학에서 이끄는 방향대로 그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이러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국제적인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중국과 같은 선택과 집중의 힘이 필요하지 서양에서 말하고 있는 보완대체의학을 되풀이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리가 자전거의 앞바퀴가 될 수 있는 종목이 있는데 이조차도 뒷바퀴 역할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한 현실인 것이다. 한국 국립암센터의 총연구예산이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암보완대체의학사무국 예산에도 못 미치는데 우리가 이것저것을 모두 한다고 해서 우리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핵심기술인 한의학의 핵심치료기술들을 국가가 먼저 파악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의 큰 밑그림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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