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원산지 고지, 한의의료 왜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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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 원산지 고지, 한의의료 왜곡 우려”
  • 승인 2008.06.2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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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불신·진료차질 뻔한데 한의계는 잠잠
한의협, 원내 비치용 파일 제작 배포 방침

환자에게 한약 원산지를 고지해 주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약재 유통체계가 자리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원산지가 적혀있는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은 不可하다고 판단해 한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약재의 원산지를 표기한 자료를 원내 비치하고, 처방에 들어간 주요 한약재 4가지 정도를 환자에게 알려주는 선에서 매듭짓는다는 방침에 따라 원내 비치용 파일을 제작해 한의사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그러나 진료의 파장은 고려치 않고 단편적인 면만을 생각해 원산지 고지를 추진하는 정부나, 이를 무력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한의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방의료의 위축이 눈에 선하다는 지적이다.
일반 한의원에서 150~200종의 한약재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중 국산한약재는 20여종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약효를 떠나 우리나라 국민정서상 중국산은 저질품으로 취급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라는 약재인데 값싼 중국산을 썼다”는 불만에서부터 국내에서 자라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중국산이 들어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지 않은 감정을 갖는 게 현실이다.
막연히 “한약재는 중국산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의원에서 품목별 원산지 목록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한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한의사는 믿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며, 소비자가 반드시 원산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의사가 처방에 느끼는 부담도 문제이지만 가장 큰 것은 환자가 진료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진료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의료인에 대한 신뢰이다. 그런데 ‘중국산’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한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됨으로 치료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보 공개에 대한 시대조류에 따라 “한약재 원산지 공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한약은 진료의 수단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약재의 소비자는 의료인이며, 환자는 약을 포함한 의료서비스 자체의 소비자이지 원료 한약의 소비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약재 원산지 공개는 국산한약재의 소비확대를 위한 궁여지책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입한약재가 국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고, 한방의료기관에서의 국산한약재 소비를 늘려보자는 것이다.
중국내에서의 약재 수요증가와 가격 상승 등을 생각할 때 국내 한약재 재배의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제도 보완과 감시 강화를 통해 국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시급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환자에게 원산지를 알려주라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로 의료에 미치는 영향, 부작용을 먼저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한의사협회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에서 강하게 나오는 데 협회가 거부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의협은 한약재의 원산지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만들고, 한의사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하는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형식적으로 대처해 당장은 큰 의미가 없도록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한의사의 발목을 붙잡을 날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약품은 약효로 증명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약재의 원산지는 상한론 등 한의학 원전의 처방에서 사용된 약재의 기원과 산지 또는 도지약재처럼 우수성이 입증된 특정지역의 특정 품종을 의미한다면 모를까 국산, 중국산, 베트남 산 등의 단순한 지역적 기준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한의사에게 처방하는 약재의 원산지를 고지하라는 것은 양의사보고 약 처방하면서 약명 옆에 ‘오리지날’, ‘카피’라고 적어 넣으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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